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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준 게이트] 정현준씨의 '돈 굴리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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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기업 인수.합병(M&A)의 귀재로 불렸던 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 사장은 돈을 굴리는 데 탁월한 수완을 발휘했다. 그러나 사채업자의 살인적 고리대에서 헤어나지 못해 파국을 맞은 것으로 드러났다.

◇ 펀드 모금 수완 발휘〓의원들은 "(鄭씨가)3억원을 투자한 한일생명에 70억원을 벌어줬다" (金景梓.민주당), "현재 파악된 것만 6백53명의 투자자에 7백3억원" (任太熙.한나라당)이라며 그의 재테크 실력에 혀를 내둘렀다.

鄭씨도 펀드 조성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펀드는)가족.친척.친구 등 지인을 통해 모금했고 이 중엔 친구의 소개로 만난 공무원들도 있다.

심지어 우리집 파출부 아줌마도 돈벌 욕심에 돈 가져왔다" 며 "1억~5억원짜리 큰 것은 직접 내가 조성했다" 고 말했다. 철저한 피라미드형식 점조직으로 펀드를 관리, 사업기밀을 유지해온 셈이다.

그는 "펀드에 투자했다 손실을 본 경우 일부 사업하는 사람들한테는 손실을 보장해주는 보장각서를 써줬다" 고 관리노하우도 소개했다.

鄭씨는 "KDL 부도로 6백억~7백억원 가량 손실을 봤다" 고 말해 사설펀드에 끌어들였던 자금 규모를 실감케 했다.

"증인을 실패한 M&A 전문가라고 해도 되겠느냐" 는 민주당 박병석(朴炳錫)의원의 질문에 그는 서슴없이 "그렇다" 고 답했다.

◇ 사채로 망했다〓鄭씨는 추락 원인을 "하지 말아야 했을 동방.대신금고를 인수하는 등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했고 사채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사채업자이자 사업 파트너인 이경자 동방금고 부회장의 '고리(高利)부담' 에서 벗어나지 못해 스스로 자초하게 됐음을 시인한 꼴이다.

鄭씨는 "(자금이 몰린)8월엔 하루 사채이자가 15억원씩 나갔다" 고 증언했다. 그는 또 "15억원을 빌려주고 하루 3억원을 떼기도 했고, 30억원에 선(先)이자 떼고 18억5천만원을 받은 적도 있다" 고 실상을 소개했다.

KDL의 이원근 비서실장은 "(李부회장을)직접 찾아가 무릎꿇고 돈을 빌린 적도 있다" 며 "20억원을 빌려주고 3일에 (이자로)2억원을 뗐다" 고 말했다. 월 1백%가 넘는 고리인 셈이다. 이런 주장에 대해 李부회장은 "거짓말" 이라고 부인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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