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 두발자유화 '환영' '걱정' 엇갈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올들어 부산시내 상당수 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의 머리 길이를 자유화하거나 길이 제한을 크게 완화하고 있다.

학생들의 거센 두발 자유화 요구를 학교와 교육청이 수용하면서 학교마다 기준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두발자유화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고 하지만 교사.학부모들은 이 과정에서 청소년들의 일탈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 어떻게 바뀌나=6일 현재 중학교 1백27곳, 고교 79곳 등 부산지역 2백6개교(남녀공학은 2개 교로 계산)가 학생.학부모.교사회의를 거쳐 학생의 머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했다. 나머지 중학교 60곳과 고등학교 65곳은 기준을 마련 중에 있다.

머리길이는 대덕여고.동래여고.학산여고 등 5개교가 완전히 자유화했다. 이들 학교는 길이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기르도록 허용했다. 단지 머리카락이 어깨 밑으로 축 처질 때는 끈.핀으로 묶도록 했다.

또 2백1개교는 머리길이를 지금보다 더 기를 수 있도록 완화했다.

동아고는 스포츠형 머리에서 앞머리를 눈썹까지 기르게 했다. 뒷머리와 옆머리는 치올려 깎아 단정하게 하도록 했다.

영도여상의 경우 기존의 단발머리에서 묶되 묶은 부분에서 15㎝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염색.파마.브리지(머리 일부를 염색)를 하도록 허용한 학교는 한 곳도 없다. 또 무스.스프레이 사용도 금지했다.

◇ 왜 허용하나=학생들의 끈질긴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학생들은 그동안 인터넷 등을 통해 "머리를 자유롭게 기를 수 있도록 해달라" 고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일부 학교에서는 머리 단속에 반발해 학생들이 무단 결근하거나 학교를 뛰쳐나가기는 일도 벌어졌다. 학생들은 "개성과 창의성이 요구되는 시대에서 모든 학생들에게 똑같은 머리를 하라는 것은 비교육적인 발상" 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반발도 적지 않았다. 학생.교사.학부모회의에서도 "학생지도에 어려움이 많아진다" 는 반대 의견이 많았다.

D여고 생활지도 담당교사는 "여고 2.3학년의 경우 묶은 머리를 풀면 일반 성인과 구별하기 어려울 것" 이라며 "앞으로 학생들의 교외생활지도 하기가 더욱 힘들게 됐다" 고 말했다.

◇ 교복 자율화는 퇴색=부산시교육청은 80년대 초 교복 자율화를 실시, 교복 대신 입고 싶은 옷을 마음대로 입도록 했다. 그러나 80년대 중반에는 일부 학교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중.고교가 교복을 벗었다.

그러나 사복을 입고 다니면서 학생들 사이에 위화감이 조성되고 학생들의 생활지도가 어려워지는 등 부작용이 일기 시작했다.

이후 다시 교복을 입는 학교가 늘어나다 90년대 중반에는 부산시내 모든 학교가 다시 교복으로 돌아왔다. 10여년 만에 교복 자율화에서 교복으로 되돌아 온 셈이다.

부산시교육청 이정도(李正道.54)장학사는 "교복을 입으면 돈이 적게 들어 학부모들의 부담이 줄고 학생들도 조심하게 된다" 며 "머리 문제도 다시 생각해 볼 기회가 있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정용백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