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 대표팀 F4 + 1이냐, 아니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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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허 감독은 F4가 아닌 ‘F5’ 구축을 꿈꾸고 있다. 한국 축구 최초의 ‘월드컵 원정 16강’이라는 보물을 캐내기 위해선 박주영과 호흡을 이룰 또 하나의 드릴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특히 허 감독은 제공권과 몸싸움에 능한 ‘타깃형 공격수’가 F4의 위력을 배가시켜줄 것으로 믿고 있다.


◆F5를 노리는 5인=현재 ‘F4’의 추가 멤버로 거론되는 선수는 총 5명이다. 이동국(전북)·설기현(포항)·이근호(주빌로)·안정환(다롄)·염기훈(울산)이 그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허 감독이 요구하는 ‘세계 수준의 경쟁력과 팀에 어울리는 선수’라는 조건에 아직 2% 부족하다.

이동국은 후보자 중 최고의 하드웨어(1m85㎝·80㎏)와 강한 슈팅력을 자랑하지만 활동량이 부족하다. 지난달 진행된 대표팀의 남아공·스페인 전지훈련에서도 이동국은 “움직임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6일 일본에서 개막하는 동아시아선수권에서 다시 한번 평가 무대에 오르는 이동국은 “처음에 대표팀에 왔을 땐 감독님이 원하는 스타일을 잘 몰랐지만, 이젠 알 것 같다”며 F5 진입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10년의 유럽 생활을 마치고 K-리그로 온 설기현은 세계 수준의 경기 경험과 볼 소유 능력이 장점이지만 스피드가 떨어진다. 또 그는 프리미어리거 시절 후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지적을 줄곧 받았다.

최근 측면에서 최전방 요원으로 변신 중인 염기훈은 몸싸움이 강하고 왼발잡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이동국과 마찬가지로 수비 가담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이근호는 다소 억울한 케이스다. 허 감독이 요구하는 모습에 가장 근접한 공격수지만 박주영과 비슷한 스타일이라는 한계가 있다. 34살의 안정환은 경험과 기술에서는 의문점이 없지만 체력에서 검증이 필요하다.

◆박주영이 F5에 미치는 영향=하지만 최근 허 감독의 F5 구상에 변화의 바람이 감지되고 있다. 허 감독은 지난달 남아공 전훈 중 “(후보자들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굳이 타깃형 공격수를 남아공에 데려갈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이 발언의 배경에는 최근 맹활약 중인 박주영이 있다.

지난해 34경기에 출전해 5골·6도움을 올렸던 박주영은 올 시즌 벌써 9골·3도움(컵대회 1골 포함)을 기록 중이다. 허 감독은 박주영이 모나코의 4-2-3-1 포메이션에서 원톱으로 활약 중이라는 점을 주목한다. 홀로 최전방에 나서지만 박주영은 빠른 슈팅 타이밍과 강력한 몸싸움, 타점 높은 헤딩을 앞세워 유럽 A급 공격수로 성장했다.

박주영이 ‘원톱’ 능력을 뽐내면서 허 감독의 F5 구상에 변화가 왔다. 타깃형 공격수로 박주영을 내세우거나 최전방에 박주영 한 명만 세워도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이 가능해진 것이다. 목포에서 전지훈련을 이끌고 있는 허 감독은 “주영이는 공격수로 무르익었다. 순간적인 움직임을 다른 선수들이 배워야 한다”며 그를 향해 미소 짓고 있다. 박주영의 진화 속도에 따라 F5가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 

김종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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