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한의 재테크 워치] 금리 우대 등 펀드 가입 혜택 판매사 이동하면 못 누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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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고객 상담을 하다 보면 투자 기간이 1년 만 넘어도 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빨리빨리’를 좋아하는 습성이 투자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사실 단기간에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면서 고수익을 바라는 것은 무리다. 글로벌 시장은 매일 급변한다. 인터넷 등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으면서 득(得)을 보는 경우도 있고 해(害)를 입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단기적으로 주가와 금리·환율 등을 정교하게 예측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대나무의 습성에서 투자 원칙을 배워 보는 것도 좋다. 대나무는 일반 나무에 비해 죽순이 시작되기 전 뿌리를 내리는 데만 2~5년의 기간을 보낸다. 하지만 죽순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하루에 50~80㎝씩 자란다고 한다. 투자를 할 때도 믿고 기다리면 언젠가 대나무처럼 기회가 올 것이다.

지난달 25일부터 1단계로 펀드 판매사 간 이동 제도가 시행됐다. 이 제도는 투자자가 환매 수수료나 판매 수수료 등의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같은 펀드를 판매하는 다른 판매회사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제도다. 이동 과정에서 해당 펀드를 다시 설정하거나 해지하는 절차가 일어나지 않는다. 최초 참여 금융회사는 은행 18곳, 증권 41곳, 보험 10곳 등 72개 사다. 1단계에 해당되는 펀드의 수는 74개이며, 금액으론 약 4300억원에 달한다. 1단계에선 국내 주식형 펀드가 대상이다. 원칙적으로 모든 공모 펀드의 판매사를 옮길 수 있지만 2단계로 전면 확대되기 전까지는 세제 혜택이 있는 장기 주식형 펀드와 MMF(머니마켓펀드), 역외 펀드는 이동 대상에서 제외된다. 주의할 점은 펀드 판매사를 한 번 이동하면 3개월 동안에는 판매사를 다시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펀드 상품은 자산운용사에서 상품을 만들어 운용하고 은행이나 증권사 등에서 이를 고객에게 판매한다. 같은 펀드라도 고객들이 가입한 금융회사는 다를 수 있는 것이다. 판매사를 변경하더라도 상품이 동일하기 때문에 같은 날짜에 가입했다면 펀드 수익률의 차이는 없다. 수수료는 차이가 나지만 판매사 간 경쟁이 치열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펀드 이동제도가 시행되면 평소 고객 관리와 사후 서비스를 잘한 금융회사들이 큰 혜택을 볼 것이다.

그러나 주의할 사항이 있다. 금융회사는 고객의 기여도(예금·펀드·신탁 가입 등)에 따라 각종 수수료(해외송금·환전) 할인과 다양한 금리우대를 하고 있다.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기분 전환 차원에서 생각 없이 옮긴다면 이런 혜택이 사라진다. 펀드를 옮기기에 앞서 운용사·판매사에서 정기적으로 시장 상황을 종합한 투자 리포트와 개별 펀드에 대한 분석 리포트 등을 제공하고 있는지를 체크해 보자. 최근엔 각 금융회사에서 경쟁적으로 펀드에 대한 위험 진단을 해주거나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조정해 나갈지 조언도 해주고 있다. 또 펀드 가입을 통해 금리 우대나 수수료 할인 같은 혜택을 받고 있는지도 확인해 봐야 한다. 만일 펀드에 가입했는데도 각종 서비스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면 펀드 이동을 통해 판매사를 바꾸는 것을 고려할 만하다.

KB국민은행 평촌 PB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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