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불만 과소평가한 게 위기의 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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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예견된 비극이다’.

지난달 29일 중국 톈진(天津)에 있는 톈진FAW도요타자동차사 건물 앞에 ‘검사’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톈진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제조업의 자존심인 도요타자동차의 대량 리콜 사태를 바라보는 전 세계 주요 언론들의 시각이다. 일본의 주요 언론들은 도요타의 위기가 소비자의 불만을 과소 평가한 데서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도쿄(東京)신문은 이미 3년 전에 미국에서 도요타 픽업트럭 ‘툰드라’를 몰던 운전사가 가속페달 문제를 지적했다고 전했다. 당시 도요타는 “차량 결함이 아니라 운전 습관으로 인한 문제”라는 결론을 내리고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 2008년 12월 유럽에서도 가속페달에 문제가 제기됐으나 도요타는 묵묵부답이었다.

이번 리콜 조치도 도요타가 적극적으로 나섰다기보다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사설을 통해 “도요타가 대응을 제대로 못 한 것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를 제치고 세계 최고의 자리를 차지했다는 자만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도요타의 리콜 대상은 이 회사의 지난해 생산량(698만 대)보다 많다.

원가 절감에는 성공했지만, 이에 따른 품질관리 시스템은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게 화를 자초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국내에선 오랜 기간 납품회사와 수직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에 부품의 품질을 관리하기 쉬웠다. 쥐어짜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구식 계약을 통해 수평적 관계에 있는 미국 현지 부품업체에는 이런 방식이 통하지 않았다. 관리의 ‘소프트웨어’가 따라 주지 못한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비용 절감과 품질관리를 충족해야 하는데 도요타는 이 중 더 중요한 게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도 “도요타 품질관리 체제의 허술함이 없었는지 총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가는 크다. 미국 시장에서 도요타의 브랜드 이미지는 추락하고 있다.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서는 지난해 9월 렉서스를 몰고 가던 미국인이 제동이 되지 않는다며 긴급 구조요청을 하다 사고가 나는 상황이 담긴 음성 파일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1만5000명 이상이 이 파일을 들었다. 이 차량은 매트가 밀리면서 가속페달이 눌려 제동이 안 되는 상태였고, 지난해 말 리콜됐다.

FT는 “평판이 나빠진 게 도요타의 큰 고민”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안전과 품질 확보에 전력을 다해 일본 차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서울=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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