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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트 마케팅 시대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51호 35면

예전 같으면 ‘사업 아이템이 뭐야? 수익모델은 있어?’라고 물었던 것을, 요즘은 ‘어떤 콘텐트야? 신선한 거야?’라고 묻는다. 레드오션 시대에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 새로운 틈을 만드는 것이 있을 뿐이다. 기존 개념으로 보면 새로운 업종의 사업이 아니라, 새로운 개념을 창출하는 것이다. 즉 하나도 새로울 것이 없는 일상 소재(material)를 콘텐트(content)로 만드는 것이다.

영화 콘텐트, 교육 콘텐트, 방송 콘텐트, 여행 콘텐트, 휴먼 콘텐트 등 이전에는 그냥 ○○산업이라고 했던 것 사이에 콘텐트란 단어가 비집고 들어왔다. 콘텐트란 의미는 이제 디지털 정보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표현하고 있는 메시지 즉, 이야기라는 의미로 확장됐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가치가 부여되었을 때 콘텐트라고 불린다.

옛날 풍경 하나 떠올려본다. 늦가을 즈음 우리의 겨울맞이 준비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키보다 높이 쌓인 김장용 배추 더미, 시래기와 각종 말랭이들이 누워있던 지붕, 마당에 펄럭이던 이불 홑청도 보인다. 그리고 어머니가 방문에 새로 바르신 창호지가 있다. 문고리 옆에 붙어 있는 아기 손 모양 단풍잎은 겨우내 무료해하던 어린 나를 무한한 상상의 세상으로 이끌어 줬다. 아마도 어머니는 문고리 부근이 쉬이 닳을 것을 염려해 붉은 단풍잎을 한지 사이에 덧대셨을 것이다.

여기까지는 추억을 담은 하나의 이야기다. 이것으로 ‘추억은 방울방울’이라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들면 영화 콘텐트가 될 것이고, 중년층을 겨냥한 주상 복합 아파트 거실 창에 창호지문을 연출하면 인테리어 콘텐트가 된다.

세상을 샅샅이 훑어 이야기를 캐내는 사람들이 있다. 월트 디즈니를 비롯한 할리우드 제작자들은 스토리 마이닝(story mining)에 연간 10조원을 투자한다. 서기 9세기께의 중국 민담집인 유양잡조(酉陽雜俎)에 수록된 ‘예쉔 이야기’가 디즈니에 의해 신데렐라라는 콘텐트로 재탄생해 지금까지 천문학적인 수익을 기록하는 황금알 낳는 닭이 된 것도 이런 투자의 결과다.

이렇듯 순수한 소재를 콘텐트로 전환시켜 가치를 높이는 것이나, 콘텐트에 확장 아이디어를 담아 가치를 높이는 것, 이 모두가 콘텐트 마케팅이라고 한다. 국내에서 만든 캐릭터인 ‘뿌까’는 패션·화장품 등 전 세계 9000종의 상품으로 수출돼 326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세계적인 축구클럽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축구라는 콘텐트로 글로벌 기업들의 막대한 돈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것은 ‘콘텐트가 마케팅을 만났을 때’ 성공한 사례다.

자, 이제 우리는 어떤 마케팅을 해야 하는가. 기존의 브랜드 마케팅 즉, 제품을 만들어 브랜드를 붙이고 광고를 통해 그 브랜드를 알리는 방식에는 한계가 왔다. 아무리 많은 비용을 들여도 기존 매체로는 노이즈가 너무 심해서 소비자에게 매력적이거나 특별하게 다가가기 어려워진 까닭이다. 물론 마케팅 비용과 시간이 넉넉하다면 괜찮다. 하지만 효율적인 비용으로 특별한 마케팅을 하고 싶다면 콘텐트 마케팅에 주목하라. 브랜드 힘이 미약한 제품이나, 지방자치단체, 1인 기업이나 병원 등 전문 기관의 마케팅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현재의 콘텐트를 확장시키는 마케팅에 관심을 가져보길 권한다.

그리고 마케팅은 제품이나 기업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개인에게도 적용해 ‘나’ 라는 인격체를 얼마든지 콘텐트로 변신시킬 수 있다. 우선 PI(Personal Identity)를 통해 자신을 분석·재발견해 스스로를 가치 있는 콘텐트로 변신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개인 콘텐트 마케팅이다.

평범한 직장인이라 할지라도 어제와 같은 모습으로 사는 것은 이제 경쟁력 추락의 길을 가는 것이다. ‘나’의 콘텐트를 바꿔보라. 뾰족하게 표현하자면 이제 마케팅은 크리에이팅(contents creating)돼야 한다. 이것이 기존 마케팅 혹은 가치를 높이는 삶의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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