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안정효씨가 직접 겪었던 미국 언론 얘기는 인상적입니다.
영문(英文)소설 '하얀 전쟁' 을 현지에서 펴냈던 그는 10년 전 그곳 언론들과 연쇄 접촉을 갖게 됩니다.
뉴욕 타임스에만 두차례 서평이 나오는 호평에 이어 인터뷰차 LA타임스를 찾았다고 합니다.
엘리베이터를 막 내리니 편집국 복도 저쪽에 여러 명이 우 몰려 있어 안정효는 '뭔 일이 있구나' 싶었답니다.
웬걸, 그들은 베트남전을 다룬 작품을 발표한 제3세계의 신인 작가 한명을 마중나온 기자들이었습니다.
담당 기자와 서평팀 데스크는 물론 국제 담당 논설위원, 아시아 담당 국장 등 8명의 관련자들은 작가를 신문사 내 VIP식당에 모셔 점심식사를 겸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정말이지 청문회가 따로 없었다는 그룹 인터뷰는 작품은 물론 한국의 정치, 문화에 관한 작가적 견해를 묻는 진지한 것이었다는 것이죠.
예고대로 서평 섹션 '행복한 책읽기' 를 발행하면서 바다 건너 외국의 서평 저널리즘 풍토를 환기시킨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출판문화의 꽃인 작가와 책에 대한 사회적 존중이 그쯤은 돼야 한다는 부러움 섞인 판단 때문입니다.
따라서 '행복한 책읽기' 는 휘청거리는 형국의 우리 사회 책 문화의 중심축 역할을 맡을 것을 자임합니다.
목표는 '생각을 실어나르는 그릇인 책과 관련한 모든 지적 논의의 효율적인 멍석' , 바로 그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과연 어떤 방식으로' 하고 물으실 겁니다.
쏟아지는 신간들에 대한 독립적인 시각에서의 선정, 이를 통해 무엇이 지식대중이 필요로 하는 어젠다인가를 읽어내려는 노력은 기본적 책무입니다.
일차적으로 그것은 '오늘 우리는 이 문제를 가지고 토론을 하려 합니다' 는 분위기가 물씬한 지면을 통해 가능할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무엇보다 '단순 소개' 방식을 넘어 '해석된 정보' 를 전달하는 리뷰가 중요하다고 판단합니다.
성실한 책읽기를 토대로 한, 책의 무게를 가늠해주는 리뷰란 독립성을 가진 기자의 깊숙한 가치판단 개입과도 상치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첫 독자' 인 기자와 텍스트 사이의 마주침이 묻어나는 고품위 서평을 말합니다. 따라서 뭔가 정보는 있으나 막상 느낌은 실종된 서평은 '행복한 책읽기' 와 인연이 없습니다.
먼저 쓰는 게 우선이라는 식의 겉핥기 서평도 경계를 할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변화된 다매체 시대에 정보 여과기능이 강조되는 신문의 역할이자, 10부 능선의 저아래 3~4부 능선에 머물고 있는 국내 서평 저널리즘의 공통 목표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허황한 엘리티즘도 경계하려 합니다. 물론 출사표 한번 던진다고 전투가 끝나거나, 빈혈증세의 출판계가 살아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새로운 출범과 함께 목표를 확인해보고 이를 다짐해보는 자세가 중요할 것입니다.
출판팀장 조우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