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주 시들… 전통주 부활 채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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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신경제 기술주의 퇴조와 구경제 가치주의 부활' . 최근 미국 주식시장의 흐름은 이렇게 요약된다.

전통 가치주를 대변하는 다우지수는 지난달 18일 10, 000선 밑으로 추락, 전(前) 저점인 9, 700선을 위협하기도 했으나 31일 현재 10, 970까지 강하게 반등했다.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최근 3, 200~3, 300 언저리를 계속 맴돌고 있다.

국내 증시도 비슷하다. 구조조정에 대한 기대감과 미국 증시의 반등 소식으로 연이틀 올랐지만, 거래소시장이 코스닥보다 상승폭이 훨씬 컸다.

◇ 미국증시의 시사점〓최근 미국 증시에선 성장성을 내세우는 정보통신(IT)관련 기술주들이 힘을 쓰지 못하는데 비해 안정성이 강점인 가치 우량주들이 장세를 주도하고 있다.

우량 은행주와 전기.가스 등 유틸리티(공공서비스)주, 그리고 유동성이 풍부한 전통 제조업 주식들이 크게 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흐름은 무엇보다 미국 경기가 둔화되면서 신경제 기술주들의 영업실적이 올 3분기 들어 나빠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술주들의 미래 성장가치에 대한 기대가 시들해졌다.

반면 우량 은행주는 금리 하락에 따른 예대마진 확대로, 유틸리티주 등 전통 가치주는 상대적으로 경기하강에 둔감한 경기 방어적 성격 때문에 투자자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미국 증시는 전통 우량주 쪽으로 매수세가 집중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며 "이같은 흐름은 앞으로 우리 증시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 으로 내다봤다.

◇ 한국증시도 닮은 꼴〓이런 양상은 이미 국내 증시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동아건설의 퇴출과 현대건설의 1차부도에 따른 구조조정 기대감으로 증시가 달아오른 가운데 거래소시장의 전통 우량주들이 장세를 주도하는 모습이다.

포항제철과 한국통신, LG화학.삼성전기.제일제당.대한항공 등 그동안 반도체주와 코스닥 기술주들의 기세에 눌렸던 종목들이 연이틀 급등했다.

주택은행과 국민은행 등 우량 은행주들도 연일 선전하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 서홍석 투자전략실장은 "최근 우량주 강세는 가치주.경기방어주 성격과 더불어 본격적인 기업퇴출을 앞두고 보다 안전한 쪽으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고 설명했다.

徐실장은 그러나 "전통주 장세가 지속되기 위해선 오는 3일 발표될 부실기업 퇴출이 확실한 내용을 담아야 한다" 며 "시장의 기대에 미흡할 경우 주가는 전통주.기술주 가릴 것 없이 다시 떨어질 것" 이라고 전망했다.

대우증권 김영호 연구위원은 "최근 이틀간 주가는 무차별적으로 오른 측면이 있어 전통 우량주의 장세주도를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며 "구조조정의 진전 여부와 함께 다우지수가 11, 300선의 저항벽을 돌파할지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 고 설명했다.

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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