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입학사정관제 속내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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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40개 대학의 보고서는 ‘입학사정관제’의 현주소다.

정부 예산을 지원받으며 입학사정관제 선발 인원을 대폭 늘리는 데 앞장서온 대학들이지만 속앓이를 한 징후가 보고서 곳곳에 배어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단기성과에 급급하고 있음을 지적한 서울대나 ‘속도조절론’을 제기한 연세대, 사교육 조장 우려를 언급한 고려대 외에도 많은 대학에서 여러 유형의 입학사정관제의 부작용을 거론했다.

KAIST는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현장 목소리를 전했다. “고교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6가지 문항 모두 30% 이상이 부정적인 응답을 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교사들은)면접전형의 공정성·신뢰성·객관성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그 결과 KAIST는 “성급하게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거나 급진적으로 전형에 활용할 경우 공정성 및 신뢰성 확보를 어렵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양대는 대학 간의 과열 경쟁을 우려했다. “(예산이 많이 배정되는 입학사정관제)‘선도대학’과 ‘계속대학’이 되기 위한 경쟁체제로 전환돼 대학이 충분한 준비 없이 무리한 사업계획을 수립할 여지를 남겼다”고 비판했다. 한양대는 “전년 대비 급증한 입학사정관제 선발인원과 제도변경으로 수험생들에게 혼란을 초래했으며, 대학 간 경쟁으로 입학사정관들이 제도 정착을 위한 우호적 파트너에서 경쟁자로 변해 정보 교류나 협력 체제에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적었다.

상당수 대학은 고교와의 소통 문제도 지적했다. 연세대는 “입학사정관의 역사가 짧고 자료를 수집해야 하는 고등학교의 수는 많은데, 입학사정관은 제한적이라 고등학교 프로파일(개요)을 위한 자료를 수집하고 유지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립대도 “대학 단독으로 전국 2200여 개 고교의 DB를 구축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했다.

성균관대는 “아직까지 대학이 필요로 하는 역량과 자질을 갖춘 인력풀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단순히 전문성뿐 아니라 높은 도덕성과 책임감, 성실성, 애교심을 요구하기 때문에 그러한 조건을 모두 갖춘 사람을 찾기란 매우 어렵다”고 토로했다. 입학사정관들이 전담하거나 참여하고 있는 ‘면접전형’에 대한 개선론도 나왔다. KAIST는 “면접질문의 편차가 커서 교사나 학생들은 운에 따라 당락이 좌우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제한된 시간의 관찰과 질문의 한계로 인해 경험이 많은 면접위원이라도 짧은 시간에 종합역량을 정확하게 검증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보고했다.

KAIST는 특히 “면접전형은 지원자의 언어표현능력에 따라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면접위원을 대상으로 내향적인 성격의 학생이 불이익을 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성격 유형에 따른 행동 특성 등의 교육이 실시되는 것도 (하나의 개선)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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