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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부족회의에 탈레반 초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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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을 아프간 부족회의에 초청하겠다고 제안했다. 2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아프간 국제회의에서다. 카르자이 대통령의 대변인 하미드 엘미는 “아프간 정부는 카르자이 대통령이 주재하는 평화 부족회의(Jirga)에 탈레반을 분명히 초대할 것”이라고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일부 지역의 치안을 탈레반에 넘기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카르자이 대통령도 “우리는 모든 국민, 특히 알카에다나 다른 테러리스트 그룹과 관계가 없는 형제들이 정치 과정에 참여하길 원한다”며 “아프간 평화 부족회의가 이후 평화와 화해·재통합을 위한 국가위원회를 설립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웃 나라들에도 협조를 요청했다. “압둘라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이 평화 프로세스를 이끌고 지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원한다”며 “아프간은 평화를 위해 이웃 나라, 특히 파키스탄의 지지를 필요로 한다”고 했다. 아프간 사태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개최된 이번 회의엔 미국을 비롯한 60여 개국 외교장관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는 아프간 정부가 장기화하고 있는 문제 해결을 위한 계획을 발표하고 국제사회의 지원 방안을 논의하는 순으로 진행됐다.

아프간 정부는 이어 진행된 회의에서 탈레반 단순 가담자를 사회에 복귀시키기 위해 일자리와 재정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이탈자들을 탈레반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등의 탈레반에 대한 유화책을 발표했다. 유화책에는 탈레반 지도자들과의 대화 재개 방안 등도 포함됐다. 아프간 정부는 또 군인 양성 및 경찰 훈련 등 자체적인 치안 확보 방안과 부패 척결을 위한 계획도 공개했다. 각국 대표들은 이러한 계획의 실현 가능성 등을 검토하고 5억 달러 상당의 기금 조성 방안 등을 논의해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과 협상에 나선 것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군사력만으로는 아프간에서 탈레반을 축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2001년 아프간을 침공해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렸다. 그러나 미국이 2003년 이라크 전쟁에 눈을 돌리는 사이 탈레반이 세력을 회복하며 아프간 대부분의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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