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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 가족 네트워크의 중심, 냉장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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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 서울 방배동의 이지희(왼쪽)씨가 둘째 아들 창규와 함께 냉장고에 메모를 붙이고 있다. 이 냉장고의 명물은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냉장고 자석과 창규의 작품 ‘모나리자’다. 최승식 기자

TV를 보지 않는다는 사람은 있다. 그러나 냉장고를 열어보지 않는다는 사람은 없다. 사람은 먹을 것 앞으로 모이게 돼 있다. 먹을 것을 담아두는 냉장고를 피해갈 이유가 없다. 온 가족이 사용하는 냉장고가 가정의 중심(hub)이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요즘 냉장고는 단순히 음식을 보관하는 역할만 하는 게 아니다. 주부가 기억해야 할 자질구레한 사연들이나 생활에 유용한 정보를 붙여놓는 메모판이 돼버렸다. 서로 얼굴 맞댈 틈 없이 바쁜 가족들끼리 메모를 붙여 전하는 커뮤니케이션의 통로 기능도 한다. 이처럼 냉장고는 어느 새 가족들의 행동반경의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홍성화(43.서울 신정동)씨는 친척이나 친구 집에 놀러 가면 슬쩍 냉장고를 살펴보곤 한다. 어떤 냉장고를 쓰는지 궁금해서일까? 노! 냉장고 문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메모들을 보면 그 집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감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사랑의 메신저="재원아, 과일 씻어 넣어놨으니 먹어라.""엄마, 오늘은 카레 해주세요. 놀다 올게요." 최정화(36.경기도 성남시)씨네 냉장고에선 언제나 알콩달콩한 대화가 오간다. 최씨 부부와 초등학교 3학년인 외아들 재원이는 집에 들어오면 냉장고에 붙어있는 메모지부터 읽는다. 짧은 메시지에 담긴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며 절로 미소짓게 된다고. 답장을 주고받는 재미도 그만이란다.

◆ 건강 도우미=홍성화씨는 냉장고 문에 식품 칼로리표를 붙여놓는다. 중3인 딸의 주체하기 힘든 식욕을 염려해서다. 매일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살로 가는 음식이 뭔지 다시 한번 상기하게 만든다는 것.

최근 어깨결림 등'오십견'으로 고생하고 있는 이영미(51.경기도 고양시)씨는 주방에서 일하다 잠시 쉴 때면 아령을 들고 냉장고를 향해 식탁 의자에 앉는다. 그리곤 신문에서 오려 냉장고 문짝에 붙여둔 아령체조 기사의 그림을 보며 간단히 몸을 푼다. 일반 요리책에서 찾기 힘든'웰빙 식품'정보나 요리 기사를 붙여두고 보는 건 기본이다.

◆ 학습 모니터=그날 외워야 할 영어 단어를 메모지 한 장에 하나씩 적어 냉장고 한쪽 문에 몇 장 붙여놓는다. 아이가 부엌에 드나들며 단어를 외우고, 다 외운 단어장은 스스로 다른 문짝으로 옮겨 놓게 한다. 부모는 문짝만 확인하면 끝. 또 초등 5학년과 중3 남매를 둔 임정옥(41.서울 개포동)씨는 아이들이 상장이나 임명장을 받아오면 격려 차원에서 한달 정도 냉장고에 붙여 놓는다. 아내에게서 "아이의 가을 운동회와 소풍이 언제인지나 아느냐"고 핀잔듣는 남편이라면 냉장고 문짝을 살짝 '커닝'해보자. 자녀의 주간 학습계획서나 일정표가 붙어있을 것이다.

◆ 간이 갤러리=이지희(42.서울 방배동.한양여대 교수)씨네 냉장고에서 첫눈에 띄는 건 '모나리자'그림이다. 벽에 걸기엔 모호한 둘째 아들 창규(초등 3년)의 작품은 이런 식으로 온 가족이 즐긴다.

양선희.김정수 기자 <sunny@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 개성표현 냉장고 소품

◆ 냉장고 자석=냉장고에 자석을 붙이면 전기료가 많이 나온다고 해서 꺼리는 가정도 있지만 사실은 별 영향이 없다. 유럽에선 독특한 디자인의 냉장고 자석이 많다. 파리 에펠탑 같은 유명 관광물, 고풍스러운 가구, 먹음직스러운 과일 등 디자인도 다양하다. 요즘엔 국내에서도 기발한 모양의 냉장고 자석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수공예 자석 전문 업체인 샤베트(www.sherbet.co.kr)에선 추억의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하는'주번자석', 아이들 교육에 이용하면 좋을'참 잘했어요 자석'도 판매한다.

◆ 다용도 꽂이=영수증이나 볼펜 등도 예쁘게 꽂아 정리하자.

비디오테이프 케이스를 예쁜 천이나 종이로 싼 뒤 세 개 정도를 연결해 양면 테이프로 냉장고 옆면에 붙여도 영수증꽂이로 훌륭하다.

이때 냉각기 부분(만져서 뜨거운 부분)에 붙이지 않도록 할 것. 에너지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테이프 자국은 스티커 제거제를 이용하면 쉽게 지워진다.

*** 꼼꼼 수납법

1. 입구 자른 페트병은 맞춤형 수납용기

1회용 토마토 케첩이나 남은 라면 수프 등 작은 소스류, 쓰러지기 쉬운 소스병 등을 여기에 담아 문짝 부분 선반에 꽂아두면 흐트러지지 않는다. 살균을 위해 칫솔을 꽂아두거나 시럽류의 약품을 담아둘 때도 편리하다.

2. 지퍼백은 책처럼 꽂아 보관한다

높이가 있는 바구니에 일렬로 세워 두면 꺼내 쓰기도 편하고 야채도 물러지지 않는다. 냉동실에서도 어느 정도 얼면 책 꽂듯이 세워 넣으면 공간을 덜 차지한다.

3. 같은 크기의 속이 비치는 용기로

보관용기는 세트로 구입하는 게 좋다. 그래야 차곡차곡 잘 쌓아지고 깔끔하게 정리된다. 설거지에는 원형이 편하지만 짜임새 있게 수납하려면 사각형이 낫다. 불투명 용기일 경우 내용물 이름을 스티커에 적어 붙여놓으면 찾기 쉽다.

4. 재고 리스트를 붙여둔다

냉장고 칸별로 표 모양의 목록을 만든 후 코팅을 해서 붙여 놓는다. 수성펜으로 구입날짜나 유통기한, 남은 양 등을 그때 그때 적었다 지웠다 하면 식품이 상하도록 넣어두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또 다 먹은 음식 재료는 메모지에 써서 옆에 붙여두면 장을 보러갈 때 메모지만 살짝 떼어가면 된다.

*** 알뜰 사용법

1. 전기료를 아끼는 습관

-냉장고 앞에서 난방기 켜지 말 것.주위 온도가 10℃ 오르면 전력 소비가 10~20% 증가

-냉장고 온도 너무 낮게 하지 말 것.내부온도 1℃ 올리는 데 전력소모 7% 더 늘어.여름은 5~6℃, 봄 가을 3~4℃,겨울 1~2℃가 적당

-음식물은 60%만 채울 것. 이후엔 10% 늘 때마다 전기소비 3.6% 증가

-냉장고 위에 물건 올려놓지 말 것

2. 청소는 이렇게

-청소 전에 전원 플러그 뽑을 것

-물을 뿌리는 건 누전과 고장의 원인

-패킹에 국물.주스 묻으면 금세 손상되므로 자주 닦아줄 것

-식초에 적신 스펀지로 냉장고 내부를 닦으면 곰팡이 방지

3. 별난 냉장고 활용술

-휴대전화 배터리 6개월에 한 번씩 냉동실에서 하루동안 얼렸다 사용하면 수명 연장

-여름철엔 카세트 테이프도 냉동실에 넣으면늘어지는 것 막고 오래 써

-콘택트 렌즈를 세척액에 담가 냉장고에 두면 훨씬 깨끗해져

4. 냄새 없애려면

-직경 3㎝,길이 10㎝ 정도의 참숯을 칸칸마다 나눠둔다

-녹차 찌꺼기를 말려 넣어둔다

-유통기한 지난 식빵, 먹다남은 맥주,10원짜리 동전, 원두커피 찌꺼기도 넣어두면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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