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위성, 5년후엔 우리 기술로 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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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북한이 미사일 개발과 수출을 자제하는 대신 미국이 위성발사를 지원하는 구상이 표면화되면서 국내 과학계를 중심으로 위성발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 위성발사를 러시아 등 제3국에 맡기는 방안을 내비치고 있어 위성발사 기술을 다지고 있는 우리에게도 기회가 돌아 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항공우주연구소 채연석 박사는 "이번 북.미협상이 국내 위성발사 등 우주산업발달을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고 기대했다.

◇ 우리의 위성발사 로켓기술 어디까지 왔나〓위성을 우주로 싣고 올라가는 위성발사용 로켓은 위성 못지 않게 우주개발의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위성을 개발했다고 해도 로켓기술이 없으면 위성을 외국으로 싣고가 쏘아 올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위성발사용 로켓은 얼마나 무거운 위성을 싣고 원하는 우주궤도까지 올라갈 수 있느냐가 성능 평가의 중요한 잣대다.

우주 왕복선 등을 제외하고 5백~2천㎏의 위성을 싣고 지상 3만6천㎞(정지궤도)까지 올리는 것이 미국.프랑스.일본 등 선진국의 위성발사 로켓 기술.

우리나라는 1990년대 초부터 로켓 개발에 집중적인 투자를 한 덕에 기반기술을 확보한 상태다. 93년 지상 49㎞까지, 98년에는 지상 1백38㎞까지 올라가는 과학로켓 개발에 성공했다.

이 때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올해부터는 1백㎏ 내외의 과학실험용 기기를 싣고 2백~7백㎞의 우주 저궤도까지 올라갈 수 있는 본격적인 상용 로켓개발에 나서고 있다.

1백㎏의 위성을 지상 7백㎞ 내외의 궤도에 올릴 수 있는 저궤도 위성발사용 로켓은 2005년에 개발한다는 목표다. 개발비는 총 5백80억원을 잡고 있다.

1백㎏급 위성은 우리나라 과학위성인 '우리별' 등과 같은 소형. 북한에서 이 정도의 과학위성을 개발한다면 2005년이면 우리나라에서도 발사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항공우주연구소에서 개발하고 있는 이 로켓은 기본형(2001년 개발 목표)의 경우 무게가 3천5백㎏에 길이 9m, 직경 1m에 이르며 초속 1천4백67m로 발사된다. 3단 로켓인 응용형(2003년 목표)은 초속 3천55m로 빠르다. 무게는 무려 1만㎏, 길이 11m에 이른다.

지난해 5월 발사한 우리나라 세번째 과학위성인 우리별3호는 7백㎞ 상공에서 집 한채를 점 하나로 표시할 정도' 과기부 이헌규 과기청책실장은 "국내 로켓기술 수준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며 "2010년께는 중형 위성발사도 우리 기술로 해결할 수 있을 것" 으로 내다봤다.

최근 한.미간에 타결한 미사일 협상에서 위성발사용 로켓의 발사거리가 완전히 풀린 것도 국내 로켓 개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전에는 군사용 로켓이나 위성발사용 등을 구분하지 않고 발사거리를 1백80㎞ 이내로 제한했다.

◇ 발사에 필요한 우주센터의 건설은 어떻게 추진되나〓우주산업을 차세대 수출산업으로 키우기 위해선 로켓개발은 물론 우주센터까지 갖춰야 한다.

수천억원의 위성 한기당 수백억원에 달하는 발사비를 아끼면서 수출길도 틀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계획에 따르면 2005년까지 남해안 지역에 안전지역을 포함한 우주센터가 1백30만평(시설부지 5만평)규모로 건설된다.

현재 전남 고흥의 외나로도와 경남 남해의 양아리 등 두곳의 '건설 '후보지를 놓고 정밀 실사를 벌이고 있으며, 올해 안에는 건설부지를 확정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국내 자체 기술로 개발한 로켓 조립장과 발사대, 관제 센터 등이 들어선다.

투자비는 총 1천3백억원. 우리나라에서 개발하고 있는 과학위성.아리랑 위성 등 저궤도 위성을 우주궤도로 쏘아 올리는 등 우리나라 우주개발의 전초기지로 활용하게 된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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