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미국 핵의학회 '젊은 연구자상' 안지영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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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영광이지만 당장 내년 미국에서 있을 학회가 걱정되네요. "

지난달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미국 핵의학회가 수여하는 '젊은 연구자상' 을 받은 안지영(安志暎.27.이대 물리학과 박사과정)씨가 밝힌 소감이다.

'젊은 연구자상' 은 의학과 물리.전자공학 분야 등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담은 논문 발표자에게 주는 세계적 권위를 가진 상으로, 安씨는 물리.전자공학 분야의 수상자 7명 중 한 명에 뽑혔다.

그가 제출한 논문 제목은 '독립성분 분석법을 이용한 H215 O PET 영상에서의 입력함수 추출' 로 PET 양전자 단층촬영을 혈류 측정에 활용했다.

"예전에는 혈류 측정을 위해 직접 혈액을 체취하거나 환자의 몸속에 관을 집어넣곤 했죠. 그러나 이미지를 촬영해 혈류를 계산하는 이 방법을 이용하면 환자들의 불편과 고통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

安씨가 이 실험에 착수한 것은 한국과학재단의 인턴연구원으로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연구실에 근무하던 지난해초.

사람과 장기(臟器)의 크기가 비슷한 동물을 고르느라 개를 실험 대상으로 선택, 실험기간 내내 개의 뒤치닥거리를 해야 하는 등 궂은 일도 많았다.

"실험을 위해 마취한 개들이 기계 안에서 '실례' 를 하면 고스란히 제손으로 치워야 했죠. 해부를 하다 내장에서 기생충이 나와 깜짝 놀란 적도 있었구요. "

그렇게 고생하면서 쓴 논문이 좋은 결과를 낳아 기쁘다는 그는 국내에는 아직 생소한 '의학물리' 를 전공하고 있다.

그는 "의학물리의 경우 병원에서 실험이 함께 이뤄져야 함에도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연구가 쉽지 않다" 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강의가 있는 날에는 오전에 서울대병원에 있는 실험실에 들렀다가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난 뒤 다시 병원으로 돌아오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것도 국내에 마땅한 연구과정이 없기 때문. 하지만 국내 실정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유학은 박사학위를 마친 뒤로 미뤄둔 상태다.

"눈을 조금만 돌려보면 물리학도 실용적인 학문" 이라는 安씨는 "뇌와 관련된 연구에 집중해 한국 물리학의 수준을 높이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 고 포부를 밝혔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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