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유주열] 抗日의거와 韓中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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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교의 역사가 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우리의 교역 및 투자대상 1위국 그리고 최다방문국이 되었다. 이러한 급속도의 발전이 이루어 진 것은 한중간의 지리적 인접성이며 문화적 유사성에도 있겠지만 중국 땅에서 일어났던 안중근 및 윤봉길의사의 의거의 영향이 컸다고 생각된다. 지금도 뜻있는 중국사람들은 우리 민족이 일제의 강점에 굴하지 않고 끈질기게 저항하는 기개있는 민족으로 평가하고 있다.
안중근의사가 하르빈 역에서 일본최고의 정치인 이또(伊藤博文)를 저격함으로서 중국인을 놀라게 하였다. 당시 중국의 각급학교에서는 안의사를 주제로 한 학생연극이 유행하는 등 안의사의 숭배열기가 대단하였다고 한다. 그로부터 20여년후 윤봉길의사에 의한 상하이 의거는 다시 한번 중국인에게 한민족의 용맹스러운 기백을 보여 주었다. 특히 금년 5월부터 세계박람회를 개최하여 많은 한국관람객을 맞이하게 되는 상하이 시민들의 감회는 남 다를 것이다.
1932년 4월29일 상하이의 虹口공원(지금의 魯迅공원)에서는 일본천황의 생일연(天長節)을 겸해 상하이사변 전승을 축하(祝捷)하는 행사가 있었다. 윤봉길의사는 일본인으로 가장하여 물통모양, 도시락모양의 폭탄을 준비해 갔다. 천장절 기념행사가 끝나고 이어서 승전축하행사가 시작되었다. 상하이 주재 각국의 영사들은 상하이사변에 중립적인 입장이어서 모두 퇴장하였다. 축하 예포가 울리고 참석자 무두가 기립하여 일본국가를 제창할 때 윤의사는 군중 속에서 뛰쳐나와 물통폭탄을 단상 위로 던져 넣었다. 순간 폭탄이 터지면서 단상 위의 일본의 요인들이 쓰러지고 행사장은 일대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날 단상에서 살상당한 일본군 장군의 별은 모두 10개였다고 한다. 상하이 파견 일본군 총사령관 시라가와(白川義則)대장(4성) 해군 제3함대사령관 노무라(野村吉三郞)중장(3성) 육군 9사단장 우에다(植田謙吉)중장(3성)등이었다. 그리고 시게미츠(重光葵) 주중국전권공사, 무라이(村井倉松) 주상하이 총영사가 중상을 입었고 상하이 거류민 단장은 즉사하였다. 윤의사는 일본이 동아시아에서 한 민족을 강점하고 또 다른 민족을 강점하려는 야욕에 대한 뜨거운 맛을 몸으로 보여 주었던 것이다.
시라가와대장은 昭和천황의 총애를 받은 장군으로 당일 안전을 위해 중국인의 입장을 절대 불가하도록 하였고 본인의 자동차 프레이트를 수차례 바꿔 암살의 기도를 막을려고 하였다. 그는 온 몸에 파편을 맞고 사경을 헤매다가 천황의 위문도 헛되어 한달후 사망한다. 노무라 해군중장은 눈 하나를 잃었지만 대장으로 승진하고 퇴역후에는 외상이 되었다가 일본의 진주만 기습당시 주미대사였다. 그가 젊는 시절 미국에서 해군무관으로 근무할 때 당시 해군차관이었던 프랭크린 루즈벨트와 친하게 지낸 인맥으로 대미 외교에 중용되었다고 한다. 시게미츠공사는 오른쪽 다리를 절단하고 10kg의 무거운 의족과 지팡이로 여생을 보내게 된다. 그후 주소대사, 주영대사를 거쳐 태평양전쟁말기 외상이 되었다가 패전후 도오쿄오灣에 정박중인 미주리호에서 연합국을 상대로 한 항복문서에 사인을 한다. 무라이총영사는 왼쪽 발가락이 절단된 부상을 입고 시드니 총영사로 전출된다.
그해 초 이맘 때(1932.1.28) 일본이 일으킨 상하이사변으로 중일관계가 최악의 상태에서 알본군의 현지 총사령관 시라가와와 그를 지원한 노무라 및 우에다중장등을 살상시킨 윤의사의 쾌거에 중국인들은 크게 열광하였다. 그들이 해 내지 못한 거사를 윤의사가 해 냈던 것이다. 특히 그해 1.8. 일본 도오쿄오에서 천황에 대한 이봉창의사의 의거가 실패한 다음이라 윤의사의 성공은 더욱 돋보였다. 이봉창의사의 실패가 화약이 충분하지 못하다고 하여 윤의사는 강력한 화약이 장전된 폭탄을 투척, 상하이뿐만이 아니라 전 중국을 진동시켰고 그 여진은 지금도 魯迅공원의 梅亭에서 울리고 있다.

유주열 전 베이징총영사=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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