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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실용] 좋은 글을 쓰고 싶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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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
이오덕 지음, 보리, 460쪽

문장기술
배상복 지음, 랜덤하우스중앙, 273쪽

초등학교 시절에는 일기쓰기가 지겹고, 더 자라서는 논술 시험이 두려웠고, 사회인이 되고나니 각종 보고서가 기다린다. 읽는 것도 버거운데 쓰는 일이란 오죽하랴. 이 고달픈 글쓰기에 대해 진지하고 명쾌하게 소개한 책이 나왔다.

지난해 타계한 아동문학가 이오덕 선생의 책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은 재출간본이다. 1984년에 나와 교육 현장에서 글쓰기 지도의 고전으로 꼽히던 책이다. 절판됐다가 오랜만에 원고 수정 없이 다시 빛을 보게 됐다. 선생이 7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까지 여러 지면에 발표했던 글이지만 여전히 생생하게 읽힌다.

선생은 출간 당시 머리말에서 “글을 쓰게 하는 것보다 더 좋은 인간 교육이 있는지를 나는 잘 모른다”고 썼다. 그는 또 “글이 있기 전에 말이 있었고, 말이 있기 전에 삶이 있었다”(274쪽)라고 말한다. 어린이의 글이라고 해도 글에는 삶이 녹아 있어야 하며, 글쓰기를 가르치는 것은 곧 아이들의 삶을 가꾸는 일이 된다.
그래서 선생은 ‘우리 집 솥에선/초록빛 아침이/끓어 오른다’(초등 5학년의 시)라는 알쏭달쏭한 백일장 수상시보다 ‘우리 아버지는 일하러 가서/ 아버지보다 나이가 적은 사람한테 굽실거리며/ 일을 한다’(초등 6학년의 시)는 탄광촌 어린이의 글에서 문학의 가능성을 읽는다. 어른을 흉내낸 뜻없는 말장난이 아니라 삶의 현실이 담긴 거짓 없는 글이기 때문이다. “글이란 행복한 아이만이 쓰는 것이 아니다. 불행한 아이일수록 글을 쓸 권리가 있다”(240쪽)는 그의 주장은 문학이 무엇인가에 대한 보편적인 해답도 된다.

이오덕 선생의 책이 ‘누구나 글을 써야 한다’는 주장이라면, 신문사 교열기자로 근무하고 있는 배상복씨의 『문장기술』은 ‘누구나 글을 잘 쓸 수 있다’는 격려다. 글쓰기에 대한 ‘실전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은 ‘중복을 피하라’ ‘피동형으로 만들지 마라’ ‘어려운 한자어는 쉬운 말로 바꿔라’ 등 글쓰기 ‘10계명’으로 이뤄진 1부와 저자가 틈틈이 신문에 발표한 우리말 칼럼으로 엮은 2부로 나뉜다.

좋은 문장, 나쁜 문장을 훈계조로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퀴즈를 풀 듯 재미있게 써낸 것이 이 책의 미덕이다. ‘과반수 이상’ ‘들리는 소문에’ ‘간단히 요약하면’ 등 흔히 쓰는 말에서 중복된 단어를 끄집어 내고, ‘너무 좋다’(‘너무’는 부정적인 말과 어울림) ‘가능성이 높다’(‘가능성’은 ‘크다/작다’와 어울림) ‘확률이 작다’(‘확률’은 ‘높다/낮다’와 어울림) 등 잘못된 말을 피해가는 것만으로도 군더더기 없이 명쾌하게 글을 전개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미사여구를 버무려 만든 문장을 ‘명문’으로 생각하던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다. 자기 생각을 상대방에게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으면 그것이 ‘현대의 명문’이라는 주장이다.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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