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리에 모인 한·미·일 외무장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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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5일 대북정책 공조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서울에 모인 이정빈(李廷彬)외교통상부 장관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 고노 요헤이(河野洋平)일본 외상 등 3국 외무장관은 공교롭게도 모두 1937년생 동갑내기. 하지만 이들의 경력과 성격.스타일 등은 세나라의 국가사정만큼이나 서로 다르다.

지난 1월 현직에 임명된 李장관은 61년부터 직업외교관을 하다 외교사령탑까지 올랐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와 관련, 주변 4강 외교 및 제3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다자(多者)외교도 깔끔히 처리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

사실상 미국의 외교정책을 이끌고 있는 올브라이트 장관은 조지타운대학에서 교수생활을 하다 클린턴 대통령에게 발탁돼 관계(官界)에 입문했다.

체코 프라하에서 태어난 올브라이트 장관은 외교관이었던 부친이 미국으로 정치망명을 함에 따라 10대 때부터 미국에 정착한 이민 2세대. 97년 여성 최초로 미 국무장관에 임명됐다.

정치 명문가 출신의 고노 외상은 12선의 현역 의원이다. 지난해 10월 외상에 임명된 그는 전후(戰後)보수당의 실력자였던 부친(河野一郞)의 뒤를 이어 정계에 입문했으며 큰 아들(河野太郞)도 현역 중의원.

자민당 총재를 맡고도 유일하게 총리를 역임하지 못했던 고노 외상은 金대통령과는 특별한 교분을 갖고 있다.

73년 8월 도쿄(東京)에서 金대통령 납치사건이 발생했을 때 일본 정치인 중 가장 적극적으로 구명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한편 이들 외무장관은 양자회담을 위해 개별적으로 만난 적은 있지만 세명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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