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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브라이트 방북 뒷얘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북한은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을 위해 마련한 파티에서 미국의 포크송과 행진곡 등을 연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24일 "미 대사관측이 '내셔널 엠블렘' '더 인빈서블 이글 마치' 등 4개의 행진곡 악보를 국방부측에 요청, 현충원 군악대의 보관용을 복사해 줬다" 고 말했다.

미 대사관측이 우리 국방부에 미국의 행진곡 등 악보를 부탁한 것은 북한측으로부터 올브라이트를 위한 파티에서 그런 곡들을 연주하겠다며 요청을 받았기 때문.

미 대사관측은 북한측이 요청한 악보 가운데 '그린 그린 그래스 오브 홈' (지난 66년 미국가수 톰 존스가 부른 노래) 등은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으나 행진곡은 구하기가 어렵자 국방부로 'SOS' 를 친 것.

'내셔널 엠블렘' 은 독수리가 그려진 미 백악관의 상징문양을 찬양하는 행진곡. 미 군악대의 아버지로 불리는 존 필립 수자가 1901년 작곡한 '더 인빈서블 이글 마치' 는 미 육군에서 많이 연주되는 곡.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이같이 미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행진곡을 스스로 나서 연주하는 것은 외교 관례상 미국을 크게 배려해 준 것이라고 풀이했다.

지난 6월 남북 정상회담 때 북한은 남측의 음악을 한번도 연주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미국은 이번 올브라이트 장관의 방북에 필요한 집기와 장비를 서울에서 판문점을 통해 평양으로 들여보냈다.

올브라이트 장관의 방북에 앞서 지난 17일 평양에 들어간 선발대는 회의에 사용되는 ▶마이크▶컴퓨터▶프린터기▶전기 콘센트 등 일체를 서울에서 가져갔다는 것이다.

선발대는 입북한 뒤에도 매일 서울의 주한(駐韓)미 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파티에 필요한 와인은 물론 와인잔과 식탁보까지 추가로 요청해 반입해 갔다.

또 대사관 차량 20여대가 행사차량으로 차출되기도 했다. 올브라이트 장관이 평양 순안공항에서 탑승한 승용차도 주한 미 대사관 차량이었다.

선발대 인원의 40명 가운데 20명은 주한 미 대사관 직원들로 준비작업의 핵심역할을 맡았다.

공보과의 경우 제럴드 매클로린 대변인과 브랜트 바이어스 부대변이 등이 들어갔다. 미 대사관측은 특히 이번 방북에 앞서 청와대를 방문, 평양 행사에 필요한 준비사항을 자문했다고 대사관 관계자가 전했다.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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