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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성매매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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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3년 전 일선 경찰서장으로 성매매의 대명사인 '미아리 텍사스'와의 전쟁을 벌였던 김강자 전 총경이 공창(公娼) 문제를 제기해 논란을 빚었다. "현실과 이상의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름대로 우리도 공창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릴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게 김 전 총경의 발언이었다. 여성 경찰서장으로서 불법인 성매매를 방지하는 데 누구보다 앞장섰던 김씨였기 때문에 그의 문제 제기는 남다른 호소력을 발휘했다.

인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는 성매매에 대한 대응은 시대와 사회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는 위정관(爲政官)에게 등록해 세금을 바치는 공창을 비롯한 다양한 성매매 형태가 존재했다. 중세 그리스도교 시대에는 성매매가 금지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세금까지 내는 공창이 존재하는 곳이 많았다. 십자군 원정 때는 대규모 성매매 여성부대가 조직되기도 했다. 르네상스 이후엔 성매매가 성행해 17세기 런던에는 5만명의 성매매 여성이 있었다고 한다. 옛 중국과 일본은 '유곽'이라는 성매매 지역을 지정해 성매매를 인정했다. 조선에는 관기(官妓)라는 공인된 성매매 제도가 있었다. 20세기 들어 대부분의 국가가 성매매를 법으로 금지했지만 성매매가 없어졌다는 나라는 찾아볼 수 없다. 성매매에 대한 처벌이 강력한 이슬람 국가에서도 성매매 얘기가 들려온다. 네덜란드와 독일은 아예 성매매를 합법화했다.

2주일 전부터 성매매 처벌법이 시행됐다. 김 전 총경의 고민과는 반대로 성매매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한 법이다. 이에 대한 주위의 의견은 엇갈린다. 성매매 방지의 당위성에 공감하면서도 강력한 법 적용으로 성매매가 더욱 은밀해지고 성범죄가 늘어날 것을 우려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공개석상에서는 성매매 근절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주장만 들린다. 공개적인 반대는 엊그제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성매매 여성 2800여명의 집회 정도에 불과하다. 성매매 근절이라는 이상(理想)만 활개를 칠 뿐, 성매매의 현실을 인정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소리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버렸다. 현실을 무시한 이상적인 제도의 후유증이 걱정된다. 김 전 총경의 고민을 다시 들어보자.

이세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