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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 농약' 개발 꿈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곰팡이.바이러스.세균…. 집 안팎은 물론 지천에 널려 있는 것이 미생물들이다.

이름만 들어도 싫은 이들 미생물이 세계 각국에서 화학농약을 대체하는 청정 농업용 미생물 농약으로 속속 탈바꿈하고 있다.

그동안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우리나라에서도 올 하반기 들어 미생물 농약 기준을 새로 제정된 데 힘입어 연구.개발 붐이 일고 있다. 국내외 미생물 농약 이용과 개발 실태를 알아본다.

◇ 무궁무진한 원료〓미생물 농약 원료인 곰팡이나 바이러스 등 미생물은 흙 1g당 약 1억개가 있다.

대장균.고초균.누룩균.청곰팡이.방선균.담배모자이크바이러스 등 종류를 헤아릴 수 조차 없을 정도다. 증식도 빨라 몇 십분이면 그 수가 배로 늘어난다. 개발하기에 따라 농약원료를 무한정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 환경청에 등록된 미생물 농약은 7백여종에 이른다. 우리나라에는 10여종이 개발됐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곰팡이 살충제를 개발한 고려대 윤철식 교수는 "미생물 농약은 화학농약의 폐해인 잔류 농약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확실한 대안" 이라고 말했다.

거의 대부분 먹어도 인체에 해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

◇ 다양한 쓰임새〓미생물 농약의 용도는 다양하다. 살균제.살충제.제초제 등 화학 농약을 대체할 수 있다.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며 화학농약으로 막지 못하는 병.해충을 막을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앞으로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살균제는 트리코더마 계통의 곰팡이와 바실러스 계통의 세균으로 병원성 곰팡이나 세균을 잡는 데 이용한다.

벼 등 농작물의 잎을 말려 죽이는 입고병, 줄기를 못쓰게 만드는 잘록병, 수박 속을 망가뜨리는 균핵병 등을 일으키는 병원성 곰팡이와 세균을 없앨 수 있다.

미국 등에서 실험한 결과 이 농약을 뿌렸을 때 콩 수확량이 20% 정도 늘었고, 목화에 생기는 병도 50%나 줄었다.

미생물 살충제는 연구.개발이 가장 활발한 농약이다. 그만큼 농사를 망치는 해충이 많다는 얘기다. 미국에 등록된 미생물 농약의 75% 정도가 살충용이다.

대부분의 살충제는 목화.양배추.감자.담배 등 밭농사에 골치를 앓게 하는 진딧물.배추 좀나방, 나비.파리 애벌레 등의 성장을 못하게 하거나 소화기를 파괴해 죽인다.

미생물 제초제는 개발이 가장 늦어지고 있는 농약. 원하지 않는 잡초만을 골라 죽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겨우 한 두 종류의 제품이 나와 있을 뿐이다. 미생물 농약은 병충해 예방효과가 늦게 나타나고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등의 단점이 있다.

◇ 국내 개발 활기〓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올들어 10여개 업체가 미생물 농약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농친청 이정운 연구관리국장은 "화학농약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대신 미생물 농약 등의 사용이 크게 확대되고 있는 데 힘입어 국내에도 미생물 농약 개발붐이 일고 있다" 고 말했다.

최근 농진청과 ㈜마이코플러스가 공동으로 온실가루이 해충을 잡는 곰팡이 살충제를, ㈜그린바이오텍은 오이 흰가루병을 막아주는 농약을 개발했다.

또 올 7월 미생물 농약 기준이 만들어진 뒤 ㈜케이아이비시가 4종, ㈜대유가 1종의 미생물 살충제를 개발, 시험을 하겠다며 농진청에 등록했다.

과기부도 최근 미생물 농약 기술이 앞선 중국에 기술조사단을 파견했다. 국내 미생물 농약기술을 진흥시키기 위해서다. 농진청 등은 국내 미생물 농약 시장이 2004년에 약 3천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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