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박스] "음반매장에서 팬과 직접만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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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8면

지난 21일 오후 6시. 대학로 SKC 음반 매장을 찾은 젊은이들은 뜻밖의 재미있는 공연을 만났다.

독립 레이블 '문라이즈' (http://www.moonrise.co.kr)의 이다오와 스위트 피(김민규)가 음반 홍보를 위해 무료공연을 펼친 것. 40분에 걸친 미니 공연은 소위 말하는 '쇼케이스' 였다.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는 홍보의 한 수단으로 가수가 직접 매장을 찾아 노래 부르는 일이 종종 있지만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문라이즈를 차린 김민규씨(그는 '델리스파이스' 의 멤버이면서 '스위트 피' 라는 이름으로 솔로 활동도 시작했다)는 지난해 샌프란시스코.뉴욕 등지를 여행하면서 엘리어트 스미스 등 유명 가수가 작은 음반 매장에서 쇼케이스 하는 것을 보고 사진을 찍어와 음반매장 관계자를 설득했다.

"우리 음악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었어요. 방송 출연이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했죠. 위력은 있지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방송보다 음악팬들의 관심과 호응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쇼케이스가 좋아요. " 김민규씨의 설명이다.

그는 '음악' 에 대한 본질적인 얘기보다 유머 섞인 말솜씨 등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야하는 방송이 자신에게는 좀 힘겹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지난달 시작한 문라이즈의 쇼케이스는 이미 세 차례나 열렸다. 이들은 음반 매장 뿐 아니라 기타 가게도 찾는다. 쇼케이스를 하면서 판매량이 늘어났다. 소문이 퍼지자 쇼케이스를 하자는 제안이 줄을 잇고 있다.

"밴드 음악이라면 이런 시도가 무리죠. 기타 하나로 소박하게 부르는 노래라 평소에 제약을 느끼기도 했는데 알고보니 이런 장점도 있더군요." 소박한 노래 만큼이나 마케팅 전략도 소박하고 신선하다.

방송 의존도가 특히 높은 가요계를 떠올리면 이들이 꾀하고 있는 작은 변화는 반갑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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