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김윤 '조장(鳥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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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감나무 꼭대기에

하나만 남은 붉은 감이

새를 기다리고 있다

까치나

까마귀,

또는 그 어느 부리에라도

속살

꽃처럼 곱게

쪼이고 싶어라

하늘로 오르고 싶어,

날개 없이도

구름이 되고 싶어

붉게 익은 마음 하나

감나무 높은 가지에

걸어 둔다

- 김윤(48) '조장(鳥葬)' 중

하늘을 붉게 물들이던 감들은 사람의 달콤한 입맛으로 돌아가고, 마지막 남은 한 알이 산화(散華)를 꿈꾸며 까치.까마귀를 기다리고 있다. 새의 부리에 살도 피도 뜯겨져 육신은 사라져도 영혼은 하늘에 올라 구름으로 떠돈다? 저 높은 감나무 꼭대기에 붉게 익은 마음 하나 걸어놓고 조장(鳥葬)의 찬란한 소멸을 날갯짓하고 있다.

이근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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