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 꼭대기에
하나만 남은 붉은 감이
새를 기다리고 있다
까치나
까마귀,
또는 그 어느 부리에라도
속살
꽃처럼 곱게
쪼이고 싶어라
하늘로 오르고 싶어,
날개 없이도
구름이 되고 싶어
붉게 익은 마음 하나
감나무 높은 가지에
걸어 둔다
- 김윤(48) '조장(鳥葬)' 중
하늘을 붉게 물들이던 감들은 사람의 달콤한 입맛으로 돌아가고, 마지막 남은 한 알이 산화(散華)를 꿈꾸며 까치.까마귀를 기다리고 있다. 새의 부리에 살도 피도 뜯겨져 육신은 사라져도 영혼은 하늘에 올라 구름으로 떠돈다? 저 높은 감나무 꼭대기에 붉게 익은 마음 하나 걸어놓고 조장(鳥葬)의 찬란한 소멸을 날갯짓하고 있다.
이근배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