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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패트롤] 은행 합병·기업 퇴출 가닥 잡힐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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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노벨상 주간에 이어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주간이 지났다. 10월의 복판에서 두 주를 바삐 보내는 동안 가을이 깊었다.

지난 주말 막을 내린 ASEM은 손익을 한번 따져볼 만하다. 2년 이상의 시간과 3천7백억원을 들여 건물을 짓고, 회의비로도 1백억원 이상을 썼으니 성과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대체로 유라시아 초고속통신망 구축이나 전자상거래 분야 주도권 확보 등 얻은 것이 많아 아주 밑진 장사는 아니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행사는 화려하게 치렀지만 허전한 느낌은 남아 있다. 가령 ASEM의 중요한 컨셉은 '미국 견제' 다. 전세계 생산 및 교역량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ASEM 회원국들의 힘과 지혜를 모아 주도권을 회복하자는 취지가 화려한 행차 속에 담겨 있다.

그러나 ASEM 기간 중 한국은 물론 회원국들 대부분이 미국 증시나 반도체시장 동향에 울고 웃었다. 그것이 현실이다.

이번주에도 우리 경제에는 미국의 움직임이 가장 중요한 변수다. 다행히 지난 주말 미국 주가는 6주간 계속된 하락행진을 멈추고 상승세로 끝났다. 그렇다고 급등장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미국의 물가나 국제유가 오름세가 악재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유가는 이번주 유심히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아랍국가들이 이스라엘과 서방 지지국들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원유 공급물량을 줄이기로 결정한다면 겨울을 앞두고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 판이다.

미국 증시나 유가 등 대외적인 악재들은 이번 주에도 크게 개선되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 구조조정이라도 열심히 해야 한다는 면에서 이번주는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의 중요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지난주부터 은행들이 작업을 벌이고 있는 부실징후기업 선별은 이번주 중에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관심의 초점이던 현대건설과 쌍용양회는 지난주 추가 자구노력과 출자전환으로 가닥이 잡혔다. 채권단 합의를 거쳐 퇴출될 대상은 다음주에 확정되겠지만, 숫자가 그리 많지는 않을 전망이다.

시장이 은행들의 작업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문제다. 금융부문에서는 공적자금 투입은행의 처리방향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들 전망이다. 금융당국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경영평가위원회는 위원들 신상조차 감춘 채 극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우량은행들간의 자발적 합병 성사여부도 주목해야 할 한주다. 진념 재경부장관이나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공언한 '10월내 합병은행 탄생' 시한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은행과 하나.한미은행 등이 주목의 대상이다.

이밖에 현대증권과 투신 등이 미국 AIG그룹과 벌이고 있는 10억달러 규모 외자유치 성사여부도 실패할 경우 파장이 큰 만큼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주초 재정경제부 국정감사가 공적자금 추가투입이나 경제위기 논란 등을 어떻게 다룰지도 지켜볼 만하다.

손병수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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