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뭉칫돈 해외유출 경고 적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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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경제는 그 주체들이 현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경제학은 가정(假定)의 학문이기 때문이다.

최근 경제 위기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 느낌이다. 지난 2년간 1백조원에 가까운 공적자금을 투입, 구조조정을 한다고 했지만 가시적인 결과가 별로 없다고 판단한 외국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순매도로 돌아서자 국민들의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그러나 지나친 낙관 못지 않게 지나친 비관도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국민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잃어버리는 것이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언론이 앞장서 국민들에게 실상을 전하되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 지나친 경제비관 삼가야

"내년 경제 올보다 '먹구름' " (10월 20일 1면)이나 "윗목도 데우기 전 아랫목 다시 식어" (10월 20일 11면) 기사는 표현 자체가 국민들을 지나치게 위축시키지 않을까 걱정된다.

지난주 초에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기사가 주류를 이뤘다. 한 개인의 영광이기에 앞서 우리 민족 전체의 자긍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사건이다.

지역간.계층간 갈등으로 찢긴 우리 국민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다. 경제 문제로 위축된 우리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줌으로써,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분출시켜 재도약의 전기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국민은 한다면 분연히 일어나 해내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기간의 홀짝제 운행에 대해 불평도 있는 듯했으나 막상 시행하고 보니 "첫날 93% 이상 참여" (10월 21일 31면) 기사에서 보듯 계기만 마련되면 해낼 수 있는 저력이 있다.

이런 점으로 미뤄 노벨평화상 관련 기사에서 언론이 앞장서 이런 분위기를 조성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ASEM의 효과 잘 짚어

ASEM은 지난주 가장 큰 이벤트임에 틀림없다. "우리 의식의 지평 넓히자" (10월 21일) 사설은 ASEM의 진정한 의미를 국민들에게 깨우쳐주는 데 기여했다고 보인다.

특히 18일자 35면에서 전문가 대담을 통해 ASEM이 우리 경제에 주는 효과가 무엇인지를 잘 짚어주었다.

2001년 1월부터 2단계 외환자유화, 금융소득 종합과세, 그리고 예금부분보장제가 동시에 실시됨으로써 자금의 해외도피가 예상되고 있다.

멕시코가 1994년에 제2의 국제통화기금(IMF)관리를 받게 된 배경이 바로 급격한 국내자금의 해외유출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우리도 타산지석으로 삼아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기획취재 '뭉칫돈 해외로 새나간다' (10월 18일)는 우리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사전 대비를 하게 한 매우 적절한 기사였다.

논란이 많았던 예금부분보장제가 한도를 5천만원으로 상향조정해 예정대로 실시하기로 최종 결정됐다.

이 과정에서 일반적인 언론의 논조는 정책당국자가 자주 말을 바꾸어 혼선을 가져왔다는 것이었다.

어떤 정책이든 최종 결정되기까지는 백가쟁명(百家爭鳴)식 논쟁이 필요하다. 군사독재 문화에 젖어 일사불란한 의사결정이 확실하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활발한 토론만이 시행착오를 줄이는 민주적 의사결정 방법이다. 국민들로 하여금 의사결정에 직.간접으로 참여하도록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을 정책혼선이라 치부해버린다면 우리 사회에 토론문화가 뿌리를 내리지 못할 뿐 아니라 정책당국자가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하게 할 우를 범할 수도 있다.

'울긋불긋 가을 단풍 어찌 산에만 있으랴' (10월 20일 25면) 기사는 바쁜 도시 사람들에게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고도 계절의 진미를 맛보게 해주는 좋은 정보원이 됐다.

그 날짜 31면에 난 '성남 술집화재 안타까운 죽음' 은 우리를 매우 서글프게 한다. 자식들의 교육 때문에 술집에 나갈 수밖에 없는 서민층의 사정이 우선 안타깝고, 꼭 술집 취업 이외의 다른 방법은 없었는지 우리의 가치관을 혼란스럽게 하는 내용이었다.

<최운열.서강대 교수.한국증권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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