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EM 결산] DJ의 2박3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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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ASEM 마지막날인 21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여섯차례 개별 정상회담을 했다.

오전 3차 정상회담이 시작되기 전 빔 코크 네덜란드 총리와 회담한 데 이어 폐회식 이후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로마노 프로디 EU 집행위원장.안토니오 구테레스 포르투갈 총리.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버티 어헌 아일랜드 총리와 15~20분간씩 만났다.

이로써 지난 18일 주룽지(朱鎔基)중국 총리와 양자회담을 한 이후 ASEM 중 14개 나라 정상과의 개별회담을 마쳤다.

金대통령이 사흘간 공식행사에 참석한 시간은 22시간. 수시로 보고를 받고, 청와대와 ASEM 컨벤션센터를 오간 시간 등을 합하면 하루평균 15시간 이상은 근무한 셈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그런데도 金대통령은 농담을 하는 여유를 잃지 않았다.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에게 "비행기를 직접 조종했느냐" 고 물어 "그렇다" 고 하자 "그러면 파일럿이 할 일이 있겠느냐" 고 말해 폭소가 터졌다.

정상회담은 대부분 노벨평화상 수상에 대한 축하와 대북(對北)수교문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金대통령은 볼키아 국왕과 회담에서 "ASEM 중 영국.독일.스페인 3개국이 북한과 수교하기로 했다" 면서 "북한을 위해서도 좋은 회의였다" 고 말했다.

프로디 위원장은 "시간적 차이는 있을지 모르나 EU와 북한관계는 가속화될 것" 이라며 이를 전제로 EU사무국이 있는 브뤼셀에 북한 연락사무소를 설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金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아시아.유럽간 교량으로서 ASEM의 이니셔티브를 잡는 문제를 유럽국가들과 논의했다.

프로디 위원장이나 차기 의장인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도 이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유럽에는 EU사무국이 있으니 주도적 역할을 해온 한국에 아시아쪽 사무국을 만들어 합의사항이 실천되는 것을 제도화하자는 것이다.

특히 회담에 앞서 판문점을 다녀온 융커 총리는 "판문점을 보는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길 바란다" 면서 "金대통령의 용기있는 정책으로 판문점이 사라질 것으로 믿는다" 고 말했다.

구테레스 총리는 17세기 하멜이 제주도에 도착할 때 사용한 것과 같은 은제 나침반을, 프로디 위원장은 유로화 동전을 선물로 전달했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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