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사칭 사기행각 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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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전 천안시 수신면 속창1리 마을회관으로 한 남성이 전화를 걸어왔다. 자신을 천안YMCA 회장이라고 소개한 남성은 “농촌 어르신들에게 무료로 점심을 대접하고 싶다. 마을회관 앞에 차량을 대기시켜 놓았으니 노인들을 모아달라”고 했다.

전화를 받은 노인회 총무 엄모(74)씨는 수상하다고 여겨 수신면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확인을 요청했다. 면사무소 직원이 천안YMCA에 사실을 확인하자 “그런 일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대신 “요즘 노인들을 상대로 사회단체를 사칭한 사기 물품판매 요원이 기승을 부리니 조심하라”는 당부가 이어졌다.

면사무소로부터 “사기전화이니 조심하라”는 말을 들은 엄씨는 가슴을 쓸어 내렸다. 자칫 물품판매에 현혹돼 피해를 입을 수도 있던 상황에서 확인전화 한 통화로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속창1리 마을회관처럼 노인을 상대로 한 사기행각은 아산에서도 발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아산YMCA 관계자는 지난 14일 송악면 역촌리 노인회장으로부터 “아산YMCA 청년회 소속이라는 사람들이 점심을 사준다고 하는 데 맞느냐”는 전화를 받았다. 그는 사실 확인을 위해 천안 광덕면의 식당을 직접 찾았다. 식당 앞에는 노인들을 태우고 온 버스 3대가 있었고 식당 안에는 두 개 마을 노인 수십 여명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 관계자는 노인들을 인솔한 남성에게 “YMCA를 사칭해 노인들을 모으고 있다는 데 사실이냐”고 따졌지만 그는 “그런 적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하지만 노인들을 상대로 재확인을 한 결과 두 개 마을 노인들은 “아산YMCA 소속”이라는 말을 듣고 버스에 올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노인들은 식사를 한 뒤 YMCA 직원들의 조언을 듣고 마을로 돌아갔다. 아산YMCA는 이 남성들이 물품판매장 인근 식당에서 대접을 한 뒤 노인들을 현혹시켜 물품을 판매하려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천안YMCA 관계자는 “식사제공을 빌미로 노인들에게 물품을 비싸게 파는 것으로 보인다”며 “노인식사 제공 등을 빙자한 전화가 걸려오면 경찰이나 해당지역 YMCA로 연락 바란다”고 당부했다.

고은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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