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 2000년 판매실적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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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지난해 7월 수입선 다변화 조치를 완전 폐지한 후 일본 등 선진국의 첨단 전자제품이 자유롭게 유통되고 있으나 양문여닫이 냉장고.전기밥솥.VCR.프로젝션TV 등은 국산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제품 양판점 하이마트가 전국 2백20개 점포에서 올 1~9월 중 판매한 실적에 따르면 전기밥솥은 국산이 전체 매출의 99.1%를, 양문여닫이 냉장고는 98.1%, VCR은 95.4%를 차지했으며 프로젝션 TV도 국산 매출이 62.9%에 달했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일본 등 외국제품과 비교해 기술이나 디자인면에서도 손색이 없으며 가격도 비교적 싸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다" 고 분석했다.

◇ 전기밥솥〓수년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주부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주방용 전자제품은 밀수나 보따리상 등을 통해 들어온 일제 조지루시 '코끼리표' 밥솥이었다.

지난해 7월 수입선 다변화 조치 폐지 이후 코끼리표 등 일제 전기밥솥 수입이 일시적으로 급증, 지난해 하반기에 국내시장의 5%까지 차지했으나 점유율이 꾸준히 감소해 현재 약 2%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들이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물량을 줄이자 중소 전기밥솥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제품개발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중반부터 전기 압력밥솥이 인기를 끌면서 성광전자의 '쿠쿠' 를 선두로 국내 중소업체들이 사실상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상태다. 일본산의 경우 국산보다 2~3배 비싼 40만~50만원대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김유신 홍보팀장은 "일제밥솥의 보온기능이 국산보다 1.5배 강한 점을 빼고는 국산의 기능이 전반적으로 뛰어나다" 며 "일부 부유층 외에는 일제밥솥을 찾는 사람이 드물다" 고 말했다.

◇ VCR〓지난해 7월 수입선 다변화 조치 폐지 이후 외국산의 판매율이 13%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으나 4.6%선에 머물고 있다.

삼성.LG 등의 국산 제품이 일본 것보다 기능과 디자인이 우수할 뿐 아니라 크기도 작고 깜찍해 일본산이 쉽게 공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산은 2~6헤드까지 제품군이 다양하고 모델도 여러가지다. 색상도 우드 그레인.파랑.실버톤으로 다양하게 나왔다.

반면 일본제품은 국산보다 30% 가량 크고 색상도 메탈.검정색 두가지에 불과하며 디자인이 떨어진다는 게 일반적인 평이다.

가격대는 4헤드 소니제품이 24만6천원인데 비해 삼성의 동종 제품은 23만7천원, 대우는 22만9천원, LG 22만9천원으로 1만원 정도 싸다.

하이마트의 상품1팀 바이어 강대준 대리는 "화질도 일본제품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 며 "국산은 구입 후 서비스가 편리해 소비자들이 선호한다" 고 말했다.

◇ 양문 여닫이 냉장고〓처음부터 수입선 다변화품목에 들어가지는 않아 외국산의 유통이 자유로웠지만 국산이 나오자 이내 외제품을 밀어낸 경우다.

1989년께부터 10년 가까이 미국의 GE나 월풀 등에서 국내 부유층을 상대로 양문여닫이 냉장고 판매를 독식해왔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지난 97년 5월, LG전자가 98년 10월 경쟁적으로 지펠과 디오스란 상표로 양문 여닫이 냉장고를 내놓으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가격.디자인.성능 면에서 국산이 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산은 내부가 플라스틱으로 돼 있어 전체가 금속으로 만들어진 외국산에 비해 가볍다. 전기요금도 외국산의 3분의 2 수준이다. 가격대는 외제가 7백ℓ 기준으로 1백65만~1백70만원 정도인데 비해 국산은 1백30만원대다. 디자인도 국산이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프로젝션TV〓지난해 7월 수입선 다변화에서 풀렸다. 국산이 62.9%의 점유율로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조만간 수입확대가 우려되는 제품이다. 기능이나 디자인면에서는 국산이 일본제품에 뒤지지 않는다는 게 업계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소비자들에게는 아직 일본산이 더 통하는 게 사실이다.

외국산의 경우 소니를 비롯, 도시바.미쓰비시 등 일본제품이 유통되지만 지금까지는 대부분 멕시코.미국 등 일본이 아닌 외국공장에서 만들어 들여왔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다소 외면한 측면이 있었다.

이들 제품의 가격은 국산과 비슷한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53인치 경우 3백40만원대, 말레이시아에서 만든 소니 53인치는 3백50만원대, 미국에서 만든 미쓰비시 50인치는 3백20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순수 일본산은 지금까지는 국산보다 30만~40만원 가량 비쌌으나 앞으로는 국산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 시장을 잠식당한 제품〓캠코더의 경우 국내 생산기반과 국제경쟁력이 약해 일본 제품이 전체 매출의 74%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삼성전자가 경쟁하고 있지만 아직 일본의 기술력을 따라잡지 못한 실정이다.

일본산 오디오도 수입선 다변화 조치 해제 후인 지난해 초보다 매출 비중이 51%로 높아졌다.

최준호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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