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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미사일 협상 타결 의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번 한.미 미사일 협상 타결은 그동안 미국에 의존해 왔던 한국의 미사일 주권을 사실상 되찾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은 1990년 미국에 이른바 '미사일 각서' 를 써준 이후 '사정거리 1백80㎞ 이내' 라는 족쇄에 묶여 그 이상은 개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번 미사일 협상 타결로 한국은 사정거리 3백㎞.탄두중량 5백㎏ 이내의 미사일을 개발, 실전 배치하고 5백㎞의 미사일도 연구.개발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은 조만간 미국의 지원을 받아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가입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거리 3백㎞.탄두중량 5백㎏ 이상의 미사일 및 관련기술의 수출을 통제하는 MTCR에 가입하면 민간용 로켓과 우주개발 기술을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게 된다. 인공위성 개발과 발사 등 우리 항공우주산업 분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번 합의가 남북한 관계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래전부터 협상을 진행해온 데다 남북관계도 본 궤도에 들어섰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양국은 민감한 부분은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라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미는 투명성 문제와 민간용 개발부문에서 이견이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측은 투명성을 보장하는 '양해각서' 를 요구했으나 우리측은 '자율규제' 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양국은 95년부터 협상을 시작, 5년간의 씨름 끝에 17일 그 결실을 보게 됐다.

미사일 문제는 지난해 7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클린턴 미 대통령에게 조속한 해결을 촉구할 정도로 중요한 사안이었다. 한.미 국방장관 회담 때마다 단골메뉴로 협상 테이블에 올랐다.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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