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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영천 보선…여야 중진 묘한 인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부총재는 지난 12일 경북 영천시장 보선에 출마한 같은 당 조규채(曺圭彩.59)후보의 정당연설회에 불참했다. 중앙당과 영천지구당의 간곡한 참석 요청을 뿌리친 것이다.

거기엔 사연이 있다. 다름 아닌 曺후보의 경력 때문이다. 曺후보는 박정희(朴正熙)전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金載圭)의 비서실 차장을 지냈다. 曺후보쪽에선 "공직에 있다보니 그렇게 된 것" 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朴부총재측은 "둘이 각별한 사이였음을 잘 안다" 며 "그를 도울 수 없다" 고 밝혔다. 보선이 朴전대통령 서거일인 26일 실시되는 것도 朴부총재에겐 유쾌하지 않은 일이라고 한다.

그런 曺후보와 민주당 김중권(金重權)최고위원은 고려대 법대 동기로 친구사이다. 그럼에도 金위원은 이곳에서 민주당의 보선 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곳 보선에서 승리할 경우 여권의 '영남 대표' 를 자임하는 金위원의 입지는 나아질 게 분명하다.

최근 영천 출신 한나라당 소속 경북도 의원 1명이 민주당에 입당한 것도 金위원의 영향력 때문이란 게 측근들의 얘기다. 그런 金위원에겐 한나라당 朴부총재가 영천 보선을 외면하는 게 싫지 않은 일이다.

보선을 둘러싼 金위원과 이인제(李仁濟)최고위원의 은근한 경쟁도 관심사다. 李.金위원은 지난 8.30 최고위원 경선에서 불과 1%포인트 차이로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李위원은 같은 날 실시되는 대전 서구청장 보선에 주력할 방침이다. 충청권의 지지기반을 더욱 다지겠다는 각오다. JP(자민련 金鍾泌 명예총재)쪽에서도 신경쓰는 대목이다. 기초자치단체장을 뽑는 두곳 보선에는 여야 중진들의 미묘한 이해가 얽히고 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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