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남미서 '한국민화 도자그림전' 여는 김소선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어흥' 하는 호랑이 수십 마리 몰고 가서 한국의 힘을 보여주렵니다."

동물 조련사 얘기가 아니다. 도자기에 민화를 그리는 김소선(61.사진)씨의 당찬 꿈이다. 12일부터 6월 2일까지 멕시코 국립석유공사 초대전에 이어 7월에 에콰도르 국립박물관에서 '한국민화 도자그림전'을 여는 김씨는 보기만 해도 신이 나는 호랑이 도자기 그림으로 중남미에 한국의 이미지를 확실하게 심겠다고 했다.

"한국인이 멕시코에 이주한 지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이자 '다이내믹 코리아'를 퍼뜨리는 문화외교의 마당이에요. 도자기와 민화는 옛 것이지만 오늘 그 둘을 하나로 어우러지게 하니 기막히게 현대적인 한국의 혼이 됐어요. 우리 민족, 서민의 살 냄새가 펄펄 나는 민화 도자로 거리상으로 먼 한국을 남미 사람 가슴에 썩 다가서도록 만들렵니다."

서울대 미대에서 조각을 전공한 김씨가 도자기 그림에 빠진 것은 20여 년 전이다. 대학 동창인 김태욱씨가 연 '우일요'를 드나들며 초벌 구이한 백자 위에 그림을 그리다가 아예 이 길로 빠져 버렸다. 민화 중에서도 호랑이 얼굴에 집중하게 된 까닭은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그 표정에 해학이 넘치기 때문이다. 개구쟁이 같으면서도 속이 깊은 한국 호랑이의 얼굴 속에는 한국인의 영원한 표정이 있다.

"그릴수록 민화의 맛이 손에 착착 감겨요. 이제는 민화와 내가 더불어 간다는 흥이 시간을 잊게 만드네요. 스테인드 글라스도 해보고 간장 종지도 만들고 민화의 멋을 세계에 알리는 그림쟁이로 나를 계속 변화시켜가겠습니다."

글=정재숙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