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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작 '피아노 치는 여자'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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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대표작 '피아노 치는 여자'는 자전적 성격이 강한 작품이다. 어머니를 증오하는 여주인공 에리카에 작가 자신의 경험을 투영했다고 한다. 여성에 대한 폭력적인 억압과 그에 따른 굴종에 천착해 온 그는 이 작품에서 모녀 관계에서도 비정상적인 종속과 지배가 존재한다고 특유의 적나라한 성적 묘사를 동원하며 냉정하게 그린다.

오스트리아 빈 음악원 피아노과 교수인 에리카는 어머니와 밤마다 부부용 침대에서 나란히 잠든다. 하나밖에 없는 딸은 어머니에게 남자를 대신하는 존재다. 그러기에 에리카는 마흔 가까운 나이에도 옷차림부터 귀가 시간까지 어머니의 지배를 받는다. 이러한 기형적인 관계는 에리카를 자해.도벽.관음증 등으로 일탈하게 한다.

어머니에게 억압당하던 에리카는 제자인 클레머와 성관계를 맺으면서 '지배자'로 역할을 바꾸게 된다. 하지만 굴종에 익숙해진 그는 마조히즘적 성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자신을 학대할 것을 '명령'한다. 남성성에 상처를 입은 클레머는 모멸감에 에리카를 폭행하고 강간한다. 에리카는 결국 어머니가 있는 집으로 돌아간다.

2001년 칸 영화제 심사 위원 대상 수상작인 '피아니스트(La Pianiste,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원작이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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