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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안개 속 DMB…정책 결정 서둘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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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방송위원회는 6일 위성 DMB를 통해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재송신을 당분간 허가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지상파 DMB 사업과 연계시켜 최종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위성 DMB 사업자가 반발하는 가운데, 또 하나의 뉴미디어가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위성 및 지상파 DMB는 어떻게 진행될 것이며 과제는 무엇인가. DMB는 인터넷.휴대전화에 이어 디지털 강국으로 안내하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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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성 DMB

방송위는 8일 위성 DMB 사업자 선정을 위한 심사 항목과 기준.배점 등을 확정한다. 하지만 관심은 사실상 혼자 레이스를 뛰고 있는 사업자 TU미디어 측의 대응에 모아진다. "원점에서 사업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인 TU미디어가 어떤 결론을 내리느냐에 따라 위성 DMB 일정이 영향받기 때문이다. 언론학자들은 "어떤 논리로도 국가 먹거리 사업을 좌초시키면 안 된다"며 최대한 신속히 DMB 정책이 확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 불투명한 12월 상용 서비스=사업자 선정기준 발표에서 사업자 확정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대개 두 달. 따라서 올 연말 위성 DMB 서비스가 상용화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방송위의 '지상파 재송신 불허' 결정 후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TU미디어가 사업 여부와 시기 등을 놓고 장고에 들어가서다. 현재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리는 중이다.

TU미디어는 그간 방송센터와 중계비 설치에 2200억원을 투자했고, 최대주주 SK텔레콤 역시 1500억여원을 쏟아부었다. 이곳의 한 간부는 7일 "사업 전망이 악화돼 자금 차입이 힘들어질 것"이라며 "12월께 현금이 바닥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생존권이 달렸다는 호소다.

◆ 내년 초엔 '지상파 재송신' 허용될까=지상파 재송신 정책과 관련, 방송위에 대해 "민감한 현안을 또 뒤로 미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통신사업자의 영역 확대를 두려워 하는 방송사업자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했다는 지적도 받는다. 앞서가는 위성 DMB의 발목을 잡아, 지상파 사업자들이 주축인 지상파 DMB와 속도를 맞췄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방송위는 지상파 DMB 사업을 진전시키는 과정에서 수많은 상황변화가 예상돼 DMB 정책을 종합적으로 가져가려는 거지 특정 이해관계에 휘둘린 게 아니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방송위는 내년 1~2월께 지상파 DMB 허가 추천 때 위성 DMB의 지상파 재송신에 대해 어떤 카드를 꺼낼 것인가.

여러 시나리오가 가능하지만 현재로선 '(조건부)허용'쪽에 무게가 실린다. 지상파 재송신이 유력한 지상파 DMB와의 형평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고, 이미 인터넷이나 휴대전화(준.핌 등)를 통해 방송을 보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벽을 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3년 정도 일정 기간만 재송신 하도록 조건을 붙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언론노조와 지역방송협의회 등의 격렬한 반대가 예상돼 변수는 남아 있다.

◆ 문제는 콘텐트와 속도=방송위의 한 핵심 관계자는 7일 "TU미디어는 신규 미디어를 자처하면서도 기존 지상파의 재송신에 매달리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며 정책적 배려를 말하기에 앞서 질 높고 다양한 신규 콘텐트를 선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유사한 지적은 학계에서도 마찬가지. 뉴미디어의 경우 기존 방송에 의존하기보다 차별화된 콘텐트로 신규 시장을 개척하는 게 미디어 산업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논리다.

방송위 역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무기력한 모습을 버리고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미디어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요구다. 그렇지 않는 한 일본이 우리를 제치고 위성 DMB 서비스를 먼저 시작하는 등의 사례가 계속 발생할 것은 분명하다는 얘기다.

황근 선문대 교수 등 많은 학자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정책을 다루는 방식에 현 방송위 체제로는 한계가 있다"며 대통령 공약 사항인 방송통신위원회 설립을 서둘러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김택환 미디어 전문기자,
이상복 기자

*** 지상파 DMB

방송위가 위성 DMB의 '지상파 재송신' 해법을 지상파 DMB와 연동시킴으로써 자연히 지상파 DMB 사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위성 DMB가 주춤하는 사이 지상파 DMB 사업자들의 발걸음은 빨라질 게 분명하다. 하지만 쟁점이 많아 정책이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 누가 준비하나=현재 지상파 DMB 사업에 적극적인 사업자는 대략 12곳. KBS.MBC.SBS.EBS.iTV 등 지상파 방송사들과 YTN.CBS 등 기존 방송 사업자, 새로 컨소시엄을 구성한 디지털 스카이넷.넷앤티비 등이다. 방송위는 지난달 이들 사업자를 불러 의견을 청취했다.

이중 가장 적극적인 방송사는 KBS. 그간 2개의 실험 주파수를 운영하는 한편 장비까지 자체 개발했다. TU미디어의 지분을 각각 5.8%씩 갖고 있는 MBC.SBS와 달리 위성 DMB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 수두룩한 현안들=방송위 관계자는 7일 "지상파 DMB 허가 추천의 경우 이르면 내년 1월, 늦어도 2월 초까지는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어떻게 보면 많은 시간이지만 현안이 많아 진행 상황을 단언하긴 어렵다.

현재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대략 6개 사업자가 선정될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사용 가능한 채널인 VHF 8번과 12번에서 각각 3개씩의 '주파수 블록(멀티 플렉스)'이 나오기 때문. 사업자는 각각 비디오 1~2개, 오디오 3개, 데이터 방송 1개 남짓을 운영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가장 큰 쟁점인 사업자 배분은 어떻게 이뤄질까. KBS.MBC.SBS 등 지상파 3사에 대한 사업권 배당이 유력한 가운데, 나머지 사업자들의 경쟁과 합종연횡이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이동멀티미디어방송산업협회는 "사업권의 절반은 기존 지상파 방송사가 아닌 신규 사업자에 배분해야 한다"는 내용의 건의문을 정부에 제출했다.

이외에도 쟁점은 수두룩하다. 부분적 유료화에 대한 논란, 지상파 DMB 공동 송출센터 역할을 KBS가 자임한 데 따른 사업자 간 입장 차, 단말기 형태에 대한 이견 등이 존재한다. 지난 7월 지상파 디지털TV 전송방식 논란을 타결하면서 병행 도입을 검토키로 했던 유럽식 휴대방송 규격(DVB-H)과 지상파 DMB의 명확한 관계 설정도 과제다.

◆ 지상파 독과점 재연은 곤란=지상파 DMB가 추진 중인 서비스는 뉴스.드라마.예능 프로그램 외에도 교통.스포츠.게임 등 데이터 방송을 포함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지상파 DMB의 매체 성격을 분명히 해야 하는 점이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매체를 지향하면서 단순히 현 지상파 방송의 얼굴만 바꾸는 정책이 돼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많은 언론학자가 "이미 지상파 방송 3사가 방송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뉴미디어까지 이들이 장악한다면 방송의 다원성을 저해할 수 있다"면서 "신규 방송사업자를 대폭 확대하는 정책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하고 있다.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 등은 올 국정감사에서 신문.방송.뉴미디어의 교차 소유를 허용하고 미디어 산업의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DMB 도입되면

회사원 김 모양. 출근길 버스 안에서 기사가 틀어놓은 라디오를 듣는 대신 휴대전화를 들여다 본다. 인기 있는 아침 드라마를 시청하는 것. DMB용으로 '근접 촬영'한 버전이어서 배우의 땀방울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드라마가 끝나면 뉴스 속보를 챙기고 오늘 만날 바이어의 인물 정보도 찾아본다. 점심시간엔 자연스럽게 공원행. 그곳엔 이미 휴대 단말기를 들고 스포츠 경기나 영화를 보는 직장인들로 북적거린다. 모두 내년 본격화될 DMB 시대가 바꿔놓을 변화다.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을 뜻하는 DMB는 이동 중에도 고품질의 방송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된 게 특징. 지금도 움직이는 자동차 안에서 TV를 볼 수 있지만 별도 안테나가 필요하고 화질이 선명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DMB는 초고속으로 달리는 기차 안에서도 선명한 방송을 즐길 수 있다. 뉴스.게임.날씨.교통 등의 정보도 언제든 얻을 수 있다. 방송과 통신이 제대로 결합된 형태다.

이런 DMB는 본래 DAB(Digital Audio Broadcasting)에서 출발한 개념. DAB는 라디오의 디지털화다. 그러나 여기에 동영상과 데이터 개념이 추가되면서 지난해 초부터 DMB로 바꿔 부르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DMB의 확산은 세상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까. '내 손안의 TV'는 무엇보다 TV 시청 패턴에 영향을 줄 것이다. 시청자들이 필요한 정보를 골라 보는 '맞춤형 시청'이 늘 것이고, TV의 개인화가 가속화할 전망이다. 사업자 입장에선 누가 가장 'DMB 적인 콘텐트'를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명암이 갈릴 것이다. 정부는 집에선 고화질(HD)방송을, 이동 중엔 DMB를 시청하게 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고 있다. 이를 통해 각종 산업적 부가가치를 올리겠다는 복안이다.

◆ 해외에선=선진국들도 DMB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4일 일본 위성사업자인 MBCo사는 세계 최초로 위성DMB 서비스를 시작했다. 유럽국가에서는 영국이 처음으로 내년초 이 사업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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