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양성원 EMI서 데뷔 음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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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졸탄 코다이.막스 레거.벤저민 브리튼.파울 힌데미트.조지 크럼.리게티…. 피아노 반주 없는 첼로 독주용으로 소나타.모음곡을 작곡한 20세기 작곡가들이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은 현대음악에 이처럼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헝가리 작곡가 졸탄 코다이(1882~1967)가 남긴 '무반주 첼로 소나타 작품 8' 은 눈부신 테크닉과 깊은 음악성을 테스트하기라도 하듯 첼로라는 악기의 잠재적 능력을 끝간 데까지 펼쳐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 곡은 첼로 연주사에 한 획을 긋는 레퍼토리다. 국내외 무대에서 실내악.독주 등 다채로운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첼리스트 양성원(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씨가 코다이의 작품만으로 데뷔 음반(EMI)을 냈다.

'무반주 첼로 소나타 작품 8' 을 비롯해 피아노를 동반하는 '소나티나' '아다지오' '소나타 작품 4' 등 코다이가 남긴 첼로 레퍼토리를 거의 망라했다. 듀오 곡에서는 피아니스트 문익주(서울대 교수)씨가 반주를 맡았다.

양씨는 오는 12월 바흐의 모음곡 1번과 6번, 코다이의 소나타 등 무반주 작품만으로 독주회 무대를 꾸민다.

20세기 작곡가들이 무반주 첼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음표와 악구 하나 하나에 섬세한 변화를 줄 수 있는 매력 때문이다.

첼로는 폭넓은 음역과 음색을 바탕으로 화음과.선율.리듬 등 다채로운 음악적 표현과 즉흥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19세기에도 무반주 첼로를 위한 작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뒤포르.프랑숌.피아티.다비도프.클렝겔 등 첼리스트들이 자신이 직접 연주할 목적으로 무반주 레퍼토리를 작곡했다.

하지만 테크닉 과시에다 대중 취미에 영합한 곡이어서 음악사에 길이 남을 만한 작품들은 아니다.

코다이의 '무반주 첼로 소나타 작품 8' (1915년)은 하프 독주.치타르.집시 오케스트라로도 편곡돼 연주될 정도로 유명한 작품.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 에도 흐른다.

이 곡에는 바흐에 대한 존경심에다 헝가리 민속음악에 대한 사랑이 깊이 배어 있다.

바흐의 '코랄 프렐류드' 3곡을 무반주 첼로를 위해 편곡하기도 했던 코다이는 이 작품에서 바흐가 모음곡 제5번에서 구사했던 스코르다투라(첼로의 줄을 한 음 낮춰 조율하는 기법)를 시도했다.

작곡가 바르토크와 함께 헝가리 지방을 돌면서 채집했던 민요의 건강성이 작품의 저변에 깔려있다.

오케스트라를 방불케 하는 방대한 규모의 악상에다 2중 트릴 기법, 선율과 반주를 동시에 구사하는 테크닉으로 첼리스트들이 테크닉과 음악성을 가다듬는 시금석(試金石)으로 여길 정도다.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아다지오' 는 코다이가 민속음악에 관심을 갖기 전에 작곡한 낭만적인 소품.

작곡자 생존 시에는 라디오 드라마 주제음악으로 사용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렸다.

파리음악원을 거쳐 인디애나주립대에서 헝가리 태생의 야노스 스타커 교수를 사사한 양성원은 다비드 포퍼-아돌프 시퍼-야노스 스타커로 이어지는 헝가리-체코 악파의 혈통을 이어받고 있다.

스타커는 코다이의 '무반주 소나타 작품 8' 을 세계에 널리 알린 주인공. 파워와 명확성을 겸비한 연주로 유명하다.

양성원씨는 "혼신의 힘을 다해 무반주 작품을 연주하노라면 마치 벌거벗은 채 무대에 선 느낌" 이라며 "스타커 교수의 평소 지론 대로 스승의 연주와는 다른 해석을 보여주고 싶었다" 고 말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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