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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아르빌] 자이툰 부대 둘러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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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 이라크 아르빌에 주둔 중인 자이툰 부대원이 7일 경계근무를 하고 있다. [아르빌=연합]

7일 동이 트면서 보이기 시작한 자이툰 부대는 '사막의 하얀 섬'으로 드러났다. 6일 밤 늦게 도착해 돔형 식당과 컨테이너 막사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대는 위병소를 지나 3~4km 안쪽에 자리 잡고 있다. 진입로는 돌진하는 폭탄차량을 막기 위해 지그재그 형태로 꺾여 있다. 길 옆에는 다양한 방어시설이 구축돼 있다. 모래를 담은 드럼통 모양의 방호벽, 콘크리트 방호구조물, 참호, 진지 등이다. 진지 안에는 원거리 감시 관측장비, 야간 투시 장비 등 주.야간 첨단 감시장비가 모두 갖춰져 있다. 요즘은 경계방어태세 '앰버'가 내려진 상황이어서 감시와 방호는 더욱 철저하다. 언뜻 봐도 테러세력의 침투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부대의 외곽 경비는 현지의 페슈메르가 민병대가 담당하고 있다. 민병대는 막사까지 쳐놓고 부대 주위를 24시간 경계한다. 부대 내 가장 높은 언덕에 위치한 관측소(OP). 차량을 타고 굽이굽이 돌아올라 온 관측소에서 부대의 위치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관측소를 중심으로 아르빌시의 모습이 동남쪽을 따라 길게 휘어 뻗어 있다. 거리가 불과 8km밖에 되지 않아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멀리 보일 정도다.

500여개에 달하는 하얀색 컨테이너 막사들 사이에는 장병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숙소 앞 자갈 바닥을 고르거나 차량을 몰고 흙을 나르는 장병들이 이곳저곳에서 모래 먼지를 일으키고 있었다.

관측소를 내려와 방문한 지휘통제실. 대형 상황 스크린과 PDP 모니터 두 개가 상황실 분위기를 압도했다. 상황 스크린은 부대 내 모든 움직임과 정보를 올려놓고 회의할 수 있게 돼 있다.

왼쪽의 PDP는 차량 위치 추적시스템 정보를, 오른쪽의 PDP는 폐쇄회로(CCTV)로 본 부대 바깥의 상황을 나타낸다. 중동의 수라야 위성전화와 GPS를 결합한 차량위치추적 시스템은 부대 차량 60여대의 움직임을 자동으로 표시한다. 이 밖에 화상전화와 미군과의 연락을 통해 실시간으로 이라크 전역의 상황을 집계.분석할 수 있다.

7일 일정의 하이라이트는 내무반 방문이었다. 하얀 컨테이너 막사 안에 깔끔하게 정돈된 관물대와 침대는 웬만한 호텔만큼 아늑해 보였다. 사병들의 검게 그을린 얼굴도 내무반 안에서만은 밝게 보였다. 일교차로 인한 감기, 물갈이로 인한 설사, 하루에 여섯 번씩도 불어닥치던 회오리 바람 등에 고생스럽기도 했지만 '후회하지 않는 지원'이었다고 사병들은 입을 모았다.

?다음달 민사작전 시작=자이툰 부대 사단장 황의돈(육사 31기) 소장은 7일 기자단 브리핑에서 "주둔지 정비가 현재 93% 정도 마무리된 상태"라며 "11월 아르빌 지역 재건을 위한 민사작전활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 브리핑에서 작전참모 송경호 중령은 "현재 500여동에 달하는 부대 내 주요 시설 중 상당 부분이 완공된 상태"라며 "이달 말까지는 대부분의 부수시설 및 마무리 공사가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황의돈 사단장은 부대 내 공식 휴일을 일요일에서 금요일으로 변경한다고 7일 공식 발표했다. 현지인들이 모두 금요일에 쉬기 때문이다. 또한 "이슬람으로 개종한 부대원 24명의 신앙생활을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사단장은 설명했다.

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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