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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받는 건 기본, 동료보다 더 받는 게 ‘최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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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호 24면

삼성전자의 김모(33) 대리는 요즘 가슴이 설렌다. 오랜만에 초과이익 분배금(PS·Profit Sharing)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PS는 상·하반기 두 차례 지급하는 생산성 격려금(PI·Product Incentive)과 함께 삼성의 대표적인 인센티브제도다. PI는 계열사의 경영성과를 토대로 월 기본급의 150%까지 받지만 PS는 계열사가 수립한 이익목표를 연말에 초과 달성했을 때 받는 성과급(보너스)이다. 연봉의 50%까지 손에 쥘 수 있다. PS는 대리나 과장급도 실적에 따라 수천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삼성 보너스 사상 최대 2조원, 설레는 김 대리

김 대리는 “입사 초기에는 연봉의 절반에 가까운 PS를 받기도 했지만 최근 몇 년간은 거의 받지 못했다”며 “지난해 실적이 좋아 올해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김 대리는 다른 사업부문에 근무하는 입사 동기들이 1000만원에 가까운 PS를 받을 때 위로금 60만원가량을 받았다고 했다. 지난해 금융위기에도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린 것을 고려하면 올해 PS는 사상 최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계열사는 이번 주 일제히 직원에게 PS를 지급한다. 규모는 2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대자동차·SK·LG 등도 이달 일제히 성과급을 지급했거나 할 계획이어서 풍성한 설날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기본급을 동결했지만 사상 최대인 1조2000억~1조3000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LG그룹 주요 계열사도 1월 동안 직원에게 월 기본급의 200~400%(연봉의 10~20%)가량을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있으며 SK그룹도 개인·팀·부문 실적 등을 반영해 설 연휴 전에 성과급을 지급할 예정이다.

그렇다고 모든 직원이 환영하는 건 아니다. ‘기대 반, 아쉬움 반’이다. 절대 액수가 많더라도 동료보다 적으면 왠지 손해 본 기분이다. 반대로 동료보다 많이 받으면 일단 기분이 좋아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보너스의 다섯 가지 경제·심리학을 들여다봤다.

초과이익분배금, 연봉의 50%까지
요즘 삼성 직원의 인터넷 카페에 등장하는 질문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 ‘PS가 언제, 얼마만큼 나오나요’다. 삼성 계열사의 한 직원은 인터넷에 “이맘때가 되면 언제, 몇 %가 나오는지 알 수 있었는데 지금은 전혀 알 수 없다”고 적었다. 그만큼 연봉의 50%까지 지급하는 PS는 이들에게 초미의 관심사다.

삼성전자의 한 직원은 “지난해 초에는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 임원들이 PS를 자진반납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지난해 예상 외로 좋은 실적을 올려 많은 직원이 PS가 두둑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너스에 대한 직장인의 첫 반응은 일단 ‘환영’이다. 주머니가 두둑해지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유진기업이 지난해 직원 1281명을 대상으로 ‘회사에서 최고의 행복을 느끼는 순간’을 물어보니 ‘월급과 보너스를 받을 때’(26%)가 ‘상사와 동료에게 인정받을 때’(33%)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보너스 받을 때 행복 느껴” 2위
현대자동차 직원의 월평균 임금(2008년 기준)은 524만원이다. 이 가운데 기본급은 150만원(28.7%)에 불과하다. 고정 상여금이 18.4%, 시간외수당이 14.3%에 달하는 등 대부분이 상여금과 수당으로 채워져 있다. 이 회사 임금에는 근속·가족·가족판촉·복지·생산성 향상·업무능률 향상 수당 등 다양한 이름의 수당이 40여 종에 달한다.
이처럼 국내에는 성과급을 사실상 고정적으로 지급하는 회사도 많다. 한 대기업 직원은 “성과급을 안 주면 연봉이 20~30%씩 깎일 수 있는데 이게 정식 급여지 어떻게 성과급이냐”고 반문했다. 연말·연초에 성과급이 많이 나오는 것을 반기는 것은 “도토리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로 제한하겠다”는 말에 화를 내고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를 주겠다”는 말을 듣고 좋아했다는 조삼모사(朝三暮四)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기본급이 임금의 30%
SK텔레콤 노조가 임금단체협상 때 사측에 요구하는 ‘단골 메뉴’는 ‘성과급은 됐다. 기본급을 올려 달라’다. 이 회사의 매니저(차장급)는 연봉이 7000만~8000만원가량 된다. 월 단위로 따지면 600만원 정도다. 하지만 매니저의 월 기본급은 월급여의 3분의 1 수준인 200만원대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각종 수당과 상여금이다. 이 회사가 연초에 주는 성과급(보너스)은 개인에 따라 몇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다양하다.

왜 국내 주요 기업은 기본급은 매우 낮고 상여금과 수당이 매우 높은 기형적 구조를 갖고 있는 걸까. 이유는 회사 측이 급여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다. 기본급은 고정된 급여다. 하지만 상여금이나 수당은 수시로 바뀔 수 있는 변동 급여다. 사측 입장에서 고정급은 한 번 올리면 내리기가 쉽지 않다. 경기가 좋을 때는 기본급 대신 상여금을 늘려 임금을 높여주고 경기가 나쁠 때는 상여금과 수당을 대폭 축소하는 게 유리하다. 또 기본급은 연월차 수당 등 각종 수당 등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이를 높이면 임금 인상 효과가 크다.

다른 회사와는 비교 불가
외국 기업은 연봉 계약 내용이 간단하다. 연봉이 얼마이고, 성과급은 몇 %까지 지급되며, 스톡옵션을 얼마나 지급하는지 등이 포함된다. 이 때문에 연봉 비교도 비교적 쉽다.

국내 기업은 반대다. 동종 업계끼리도 연봉 비교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유는 바로 각종 수당 때문이다. 기업별로 수십 가지의 수당이 있다. 이름도 정보이용료, 차량보조비 등 제각각이다. 이 때문에 경쟁업체의 연봉과 비교할 때 어디까지를 연봉에 포함할지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국내 대기업의 인사담당부장은 “기본급은 경조사비·초과근무수당·퇴직금 등의 산정기준이 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올리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를 수당 확대 등으로 해결하다 보니 이런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급과 보너스 세율 똑같아
국내 대기업에 다니는 이모(42) 차장은 성과급이 나올 때마다 고개를 갸우뚱했다. 월급보다 세금을 훨씬 많이 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과급의 세율이 특별히 높은 것은 아니다. 다만 원천징수로 인해 세율이 높아지는 것 같은 착시현상이 일어날 수는 있다. 개인의 소득은 월급여와 성과급을 합산해 과세하기 때문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연소득이 1200만원 이하는 6%, 4600만원 이하는 16%, 8800만원 이하는 25%의 세율이 적용된다. 8800만원 이상은 35%다. 예를 들어 성과급이 나오기 전에는 월 소득이 500만원(연소득 6000만원)이었으나 성과급이 나와 월 소득이 1000만원을 넘어설 때가 있다. 이를 연소득으로 환산하면 1억2000만원으로 8800만원을 넘기 때문에 회사는 대개 가장 높은 세율(35%)을 적용해 원천징수를 한다. 하지만 연말정산 과정에서 실제 연소득이 8800만원을 넘지 않으면 차액을 조정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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