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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한국 이세돌만 '4강 생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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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 6일 8강전에서 중국의 왕레이8단을 물리치고 4강전에 진출한 이세돌9단(왼쪽)이 선배 조훈현9단(오른쪽)에게 인사하며 활짝 웃고 있다. 이날 조9단은 해설을 맡았다. 가운데는 김성룡8단.

최강의 전력으로 평가되던 한국의 '신4인방'중 이세돌9단 단 한명만이 생존했다. 박영훈9단은 저우허양(周鶴洋)9단에게, 최철한8단은 구리(古力)7단에게, 송태곤7단은 왕시(王檄)5단에게 각각 패배했다. 이세돌은 이제 필마단기로 이들 3명의 중국 최정예를 연파하고 우승컵을 쟁취해야 할 무거운 임무를 떠맡게 됐다.

울산 현대호텔에서 6일 시작된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8강전은 '이창호 이후'를 담당할 한국의 '신4인방'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 중국의 실세와 정면승부를 벌인다는 점에서 향후 세계바둑의 판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흥미로운 무대였다.

6일의 1차 대결에서 이세돌9단은 왕레이(王磊)8단을 차분히 밀어붙여 백으로 불계승했다.

특유의 호기심과 강한 기질 때문에 종종 극단적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는 이세돌이지만 이날 대국에선 두텁게 국면을 유지하며 상대의 도발에도 인내력을 발휘하는 냉정한 모습을 보였다. 컨디션이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이세돌은 지난해 하반기부터의 부진으로 어느덧 무관이 됐다. 현재 도요타 덴소배 결승에 올라 있지만 자칫하면 내년도엔 타이틀 보유자에게 우선으로 돌아가는 세계대회 자동출전권마저 얻기 힘든 상황에 몰려 있다.

'폭풍'송태곤7단은 중국의 승률 1위 왕시에게 초반 절묘한 맥점을 당해 큰 타격을 입은 뒤 맹추격에 나섰으나 자신의 주무기인 강한 파괴력을 발휘할 기회를 잡지 못하는 아쉬움 끝에 흑으로 2집반을 졌다. 첫날의 한.중 대결은 1대 1. 그러나 7일의 2차 대결은 한국의 완패였다. 최철한은 구리의 대마를 잡으러 갔다가 실패하면서 형세가 급격히 기울었고(흑 불계패) 박영훈은 저우허양의 실리를 따라잡지 못하고 역시 돌을 던져야 했다(백 불계패).

올해 이창호의 타이틀을 두개 빼앗고 응씨배 결승에도 오르며 최고의 피치를 올린 최철한, 후지쓰배에서 우승하며 포스트 이창호의 유력한 경쟁자로 떠오른 어린 왕자 박영훈에겐 오랜만에 맛보는 쓰라린 패배였다.

한국 대 중국의 4대 4 대결은 결국 중국의 3대 1 승리로 끝났다. 신4인방이 비록 막강하다고는 하나 이창호 없는 한국 바둑으로는 아직 세계 최강의 자리를 유지하기가 간단치 않다는 증명이 나온 것이다. 중앙일보가 주최하는 삼성화재배(우승상금 2억원) 준결승전은 이세돌 대 구리, 저우허양 대 왕시의 대결로 11월 16~19일 유성 삼성화재연수원에서 열린다.

울산=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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