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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PLO 고위 안보회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중재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고위급 안보회담을 12일(현지시간) 열기로 하는 등 유혈충돌 종식을 위한 대화의 숨통이 트이고 있다.

코피 아난 총장의 대변인인 프레드 에크하르트는 11일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양측과 미국의 군 및 안보 책임자가 참여하는 3자 안보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 고 밝혔다.

에크하르트 대변인은 "양측이 24시간 안에 회담을 열기로 했다" 고 말했다.

영국 BBC방송은 미 중앙정보국(CIA) 조지 테닛 국장이 회담 중재자로 참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슬람 무장단체인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의 한 지도자도 같은날 시리아 다마스커스에서 이란의 고위급 지도자를 만난 자리에서 이를 확인했다.

3자 안보위원회 회담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경우 중동사태는 평화적 해결 가능성이 커진다. 이번 합의는 지난 9일 중동으로 날아온 아난 총장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도자를 번갈아 오가는 왕복 외교를 펼치며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나왔다.

아난 총장은 12일엔 레바논내 이슬람 무장단체인 헤즈볼라가 납치한 이스라엘 병사 3명의 송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레바논으로 향했으나 다시 이스라엘로 돌아올 예정이다.

대화를 통한 사태해결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는 가운데도 가자지구 및 요르단강 서안 등지에선 11일 팔레스타인인 3명이 숨졌으나 전반적으로는 양측간 폭력사태는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중동의 아랍국들 사이에서는 반미 시위가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팔레스타인에서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초상화가 불에 탔으며, 사우디아라비아에선 미 대사관과 미국 기업, 미국인이 '지하드(聖戰)' 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요르단과 시리아 등에선 성난 시위대가 미국 대사관을 습격했고, 예멘 주재 미 대사관엔 오물이 뿌려졌다.

이에 앞서 무하마드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4자 회담 제의를 거절한 바 있다.

아랍국가들에서 반미 감정이 커지고 있는 건 미국이 이번 사태의 전개과정에서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편들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은 이번 유혈사태와 관련해 유엔 안보리가 이스라엘 규탄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을 때 유일하게 기권했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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