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신앙] 탤런트 임동진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탤런트 임동진(57.극단 예맥 대표.사진)씨는 요즘 입술이 부르텄다. 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막을 내린 선교뮤지컬 '과거를 묻지마세요' 에 심혈을 쏟은 탓도 있지만, 그 성과가 기대에 못미쳤기 때문이기도 하다.

"종교도 문화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선교라는 것이 그냥 '믿어라' 고 하기 보다는 예술적 가치가 있는 매개체를 통해 메시지를 전함으로써 감동을 주어야 합니다. 예술적 가치를 높이기위해선 그만큼 투자도 해야하고요. "

평생 연기를 해온 임씨가 자신의 신앙을 실천하기위해 택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연극공연이다.

1992년 '예수의 맥(脈), 예술의 맥' 을 줄인 '예맥' 이란 극단을 만들어 지금까지 9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처음에는 성경내용을 직접적인 소재로 한 작품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안믿는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게" 현대사의 비극을 온몸으로 끌어안아야 했던 여인의 얘기를 뮤지컬로 꾸몄다. 김자옥.이정길.조형기씨 등 개신교도 탤런트들을 캐스팅했다.

"공연을 기획하면서 여러 곳 협조를 구하러 뛰어다니는데, 취지를 이해해주는 사람들이 많지않아 늘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회의도 들지요. 그러나 하나님의 도구로 쓰인다는 확신, 같이 무대에 오르는 사람들의 열정으로 힘을 얻습니다. "

무려 30년 넘게 해온 연극이고, 20년이 된 신앙이기에 어지간한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지만 "하나님을 위한 일에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들이 무관심한 현실" 에는 적잖이 속이 상한다는 표정이다.

임씨는 부인 권미희(50)씨를 따라 처음 교회에 나갔다. 연극인이나 탤런트에 대한 대우가 지금같지 않았던 시절, 임씨 부부는 현실의 어려움을 종교로 극복하며 살아왔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큰 아들 영희(34)씨는 목사가 됐고, 임씨 부부는 경기도 기흥에 살면서도 서울 잠실에 있는 교회(주님의 교회)로 새벽기도를 다니는 독실한 생활을 하게 됐다.

"매번 적자를 면하기 어려운 공연을 고집하다보니 아내에게 미안하지요. 하지만 하나님께 바치는 격조있는 선물로 이해해주고 금식기도까지 하는 아내가 있으니까 앞으로도 계속할 겁니다. "

임씨는 11월중 지방공연을 준비하기위해 바쁜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종교적 힘이 있어서인지 어려운 여건에도 발걸음은 무겁지않아 보였다.

오병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