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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으면서 하는 다이어트, 바나나로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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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들어서면서 바나나를 떨어지지 않게 사다 놓고 있다. 바나나 한 개면 100kcal, 두 개면 밥 한 공기를 먹는 것과 같으니 이보다 더 간편한 아침밥은 없는 것 같다. 껍질은 손으로 슥슥 잘 벗겨지는데다 부드러운 속살은 소화도 잘 되고 적당히 달콤하기도 해서 입맛이 없거나 속이 좋지 않을 때도 바나나는 거부감 없이 잘 들어간다.

실은 한동안 바나나를 멀리한 적도 있었다. 식품영양학과에 재학 중일 당시 바나나다이어트에 관한 임상실험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하루에 무려 아홉개의 바나나를 조교선생님 앞에서 먹어야만 했다.(실험군별로 바나나갯수가 달랐는데 하필 가장 많은 개수의 바나나를 먹어야만 했다.) 덕분에 실험에 참가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변비가 없어지고 체중도 감량했다.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학회나 언론에서도 이슈가 됐다. 그렇지만 다이어트의 기쁨도 잠시, 정작 필자는 그 뒤로바나나의 노랑색만 봐도 손사래를 쳤었다.

하지만 그건 다 옛일이고 근 한 달간은 바나나를 또 다시 열심히 먹고 있다. 이유인 즉, 새해맞이 다이어트. 음식 관련 일을 시작하고 나서 10kg이나 불어나버린 체중을 올해는 조금이나마 줄여보자는 결심을 한 것이다. 남들은 바나나다이어트라고 해서 끼니마다 바나나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지만 필자는 대학시절 임상실험에 참가 했을 때처럼 끼니는 따로 챙겨먹으면서도(물론 기름진 음식은 피한다.) 하루에 바나나 세 개를 먹는다. 이렇게 하면 영양의 균형을 헤치지 않으면서도 바나나의 식이섬유질인 펙틴이 위장 내 음식물 이동을 지연시켜 포만감을 유도함으로써 체중감량을 도와주기 때문이다. 밥을 먹고 바나나까지 더 먹는 다이어트라니 이보다 더 게으른 다이어트가 어디 있을까? 물론 이런 방법으로 짧은 기간 안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얻기란 힘들 것이다. 하지만 새해맞이 결심이니만큼 꾸준히 실천하고 운동도 병행해서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으리라.

우리나라에서는 바나나를 주로 간식으로 먹지만 열대지방에서는 바나나를 요리해서 주식으로 먹는다. 바나나는 에너지가 가장 많은 과일로 당질이 풍부하다. 바나나의 당질은 소화흡수가 잘되기 때문에 위장장애나 설사 또는 위하수 증상이 있는 사람에게도 좋다. 당질 외에도 칼륨, 칼슘, 카로틴, 펙틴이 풍부하다. 또 지방과 나트륨 함량은 낮아서 심장병, 신장병, 간경변 환자처럼 나트륨에 대한 부담이 큰 환자들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바나나를 사서 곧바로 먹을 것이라면 껍질에 한 두 개 정도의 갈색 점이 도는 것을 골라야 가장 달고 맛있다. 4~5일간 상온에 두고 먹을 것이라면 꼭지부분이 약간 녹색을 띠는 것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글=푸드스타일리스트 김은아(www.eunahstyle.com), 사진=이승희(www.greenywat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