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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선거법 위반 수사발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검찰이 11일까지 16대 총선에서 당선한 25명의 현역 국회의원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해 대규모 당선 무효사태가 예상된다.

◇ 검찰 수사내용=검찰은 공소시효 만료일(10월 13일)을 이틀 앞둔 11일 현역 의원 중 한나라당 15명, 민주당 9명, 자민련 1명을 정식 재판에 넘겼다.

또 당선 효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후보의 회계책임자, 사무장.가족 등 13명이 기소되고 2명의 현역 의원에 대한 재정(裁定)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을 합치면 40명이 재판 결과에 따라 당선이 취소될 위기에 처했다.

여기에다 선거관리위원회와 정치권이 20명 이상의 불기소 처분 의원들에 대해 재정신청을 할 것으로 알려져 선거법 위반 여부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마저 불거질 전망이다.

선거법에 따르면 당사자의 경우 1백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취소되고, 회계책임자 등에 대한 징역형 확정도 마찬가지 효력을 가진다.

15대 총선 때 검찰은 10명의 현역의원과 1명의 회계책임자를 기소했으며, 법원은 7명에 대한 재정신청을 받아들여 모두 18명이 재판에 회부된 바 있다.

당시 당선무효형이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한 의원은 7명이다.

검찰의 이번 수사내용은 외형적으로는 역대 총선사범 수사 중 가장 엄격하게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모두 3천7백17명을 입건, 40.9%에 해당되는 1천5백21명을 기소한 것은 사상 유례없는 실적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는 15대에 비해 89.5% 증가한 것이다.

또 당선자의 경우 입건자 대비 기소 비율이 20%를 기록, 14대 때(94명 입건에 5명 기소)의 5.3%, 15대 때(1백25명 입건에 10명 기소)의 8%보다 훨씬 높아진 점도 검찰의 강력한 수사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것이다.

◇ 편파수사 시비=야당의원들에 대한 기소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 때문에 수사의 형평성을 놓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입건된 민주당 의원(59명)이 한나라당(58명)보다 오히려 1명 많지만 기소된 당선자는 한나라당이 15명인데 반해 민주당은 9명에 그친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사람이나 정당의 형평을 고려하지 않고 사안별로 증거법칙에 따라 혐의 여부를 판단했다" 면서 "단순히 숫자만 비교해 편파수사라고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고 말했다.

◇ 재판 전망=한나라당 신현태, 민주당 장영신.이호웅 의원 등 3명이 1심재판에서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1백만원을 선고받은 점은 향후 재판의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특히 최근 선거전담 재판장 회의에서 1심 형량 1백만원을 2심에서 80만원으로 깎아주는 식의 관행을 지양하고, 혐의가 인정되면 원칙적으로 당선무효형을 유지키로 했다.

따라서 법원의 확정판결로 의원직을 잃게 될 당선자들도 15대 때보다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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