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TV 가이드] 납북자, 버림받은 3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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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의 아픔은 오늘도 여전히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 남과 북 그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채 버림받은 사람들. 북으로 끌려간 자식.남편.아버지의 소식이 삶의 유일한 희망인 사람들. 그들이 바로 납북자와 그의 가족들이다.

'인물현대사'에서는 1970년 서해 연평도 해상에서 조기잡이 중 북한 경비정에 의해 납치됐던 납북어부 이재근씨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는 북한의 대남간첩 양성기관인 중앙당정치학교에서 2년 6개월간 남파간첩 특수훈련을 받았다. 사격.폭파.침투.살상기술은 물론 24시간 계속되는 수영까지 고된 훈련은 계속됐다. 하루빨리 남파돼 자수하겠다는 생각으로 훈련을 견뎌냈지만 남으로 파견되면 자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제외돼 북에서 최하류층 생활을 해야만 했다.

1998년 북한을 탈출해 2년 간 중국에서 숨어 지내며 조국으로 돌아오려 했으나 조국은 그를 외면했다. 그는 조국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에게는 "당신 세금 낸 것 있어? 왜 자꾸 국가에 부담주려고 해"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조국은 30년 동안 그랬듯이 그를 잊고 싶어했다.

2000년 9월 납북자가족모임의 도움으로 천신만고 끝에 귀국한 그가 납북자들의 실상을 생생히 전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묻고 있다. "내 조국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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