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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성 김용옥팬 노트 들고 공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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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사느니, 죽느니 말이 많지만 먼저 공자를 알아야 하는 것 아니겠어요?"

10일 오후 4시 KBS 본관 제3스튜디오. 귀에 익은 '칼칼한'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빽빽하게 들어선 2백50여 명의 방청객들로 스튜디오 통로가 비좁을 지경이다.

KBS1이 오는 13일부터 1년 동안 방영하는 '도올의 논어이야기' (매주 금요일 밤 10시~11시, 11시30분~12시30분) 첫 녹화장 풍경이다.철학자 김용옥씨가 이번엔 '노자' 대신 '공자' 를 들고 강단 위에 섰다.

흰 두루마기를 입고 마이크를 잡은 김씨. 보온병에 미리 준비한 녹차를 한잔 마시더니 한마디 던진다.

"공자는 자신의 이상을 정치적으로 실현하려고 했지만 끝내 이루지 못했어. 어찌 보면 실패한 인간이지. "

특유의 '쏘아 붙이기' 는 여전하다. 이어 "하지만 엄청난 정열에 불탔던 젊은이였죠" 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스튜디오가 쥐죽은 듯이 조용해진다.무릎에 배낭을 올린 대학생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아버지까지 청강생들의 신분도 가지각색이다.

펜.노트 등 필기구를 꺼내 김씨의 강의를 수시로 받아 적는 사람도 많다.여섯 대의 카메라가 쉴 틈 없이 돌아가지만 전체 분위기는 방송사 녹화장보다 대학 강의실에 가깝다.

열성팬들도 적지 않다.김씨의 책을 모두 읽었다는 최강숙(45.주부.서울시 강서구 방화동)씨는 "20년 전부터 도올 선생님을 좋아했다" 며 "오늘 강의를 기다리느라 어제는 한숨도 못잤어요. 잠이 안와 방바닥과 유리창을 닦고 또 닦았어요" 라며 즐거워했다.강의에 대한 기대심으로 아들 용돈을 7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려주는 선심도 썼다고 한다.

또 건너편에 있는 또래의 여자를 가리키며 "저 사람은 허리가 아파서 입원해야 하는데도 진통제를 맞고 방송국으로 온다" 고 소개했다.

EBS가 올해 초 '노자와 21세기' 를 방송할 때 스튜디오에서 서로 얼굴을 익힌 사이라고 한다.

EBS의 '노자…' 가 강의 중심의 교양 프로그램인데 비해 KBS1의 '…논어이야기' 는 오락적인 요소를 많이 가미했다.

앞으로 사회적 명사를 초청해 토크쇼를 진행하기도 하고 김씨 주연의 모노드라마를 만들 계획이다.때문에 프로그램 제작도 교양국이 아닌 예능국 소관이다.

품격 있는 가요프로인 '이소라의 프로포즈' 를 만들었던 박해선 책임프로듀서가 지휘한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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