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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이 말하는 우리법연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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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몽준 대표

법원의 ‘하나회’. 진보 성향의 판사모임인 ‘우리법연구회’를 바라보는 여권의 인식은 이 한마디에 대부분 녹아 있다. 하나회는 1960년대 중반에 결성, 90년대 초반까지 존재했던 군부 내 사조직이다. 군부 내 비리를 척결하고 강군(强軍)을 만들자는 ‘좋은 뜻’에서 출발했으나 회원인 전두환·노태우 장군이 차례로 대통령이 되자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권력집단이 됐다. 여권은 우리법연구회가 하나회처럼 되었다고 주장한다. 21일 하루에만 정몽준 대표와 장광근 사무총장, 법조인 출신인 이주영·주성영 의원이 우리법연구회를 하나회에 빗댔을 정도다.

주성영 의원은 “우리법연구회가 권위주의 정부 시절엔 사법민주화를 위해 일정 역할을 했다”며 “(이제는) 하나의 세력을 조장하고 인사상 법원의 중요 부분을 구성하는 주류가 됐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부 때에 대법관(박시환), 법무부 장관(강금실)을 배출하는 등 인사상 혜택을 누렸다는 얘기다. 장광근 사무총장은 “특정 조직에 속한 판사만 큰소리치는 세상”이라고 표현했다. 집단적인 움직임을 통해 의사를 관철하고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여권이 주목하는 건 이들의 이념적 편향성이다. 정 대표는 “우리법연구회가 편향된 정치적 성향을 노골적으로 표현한다”며 “법관은 사회운동가가 아니다. 대중의 주목을 받으려면 법복을 벗고 시민운동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꼬집었다. “오늘 사법부의 현상은 좌파정권이 10년간 뿌려놓은 씨앗”(장 총장)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들이 사법부 전반에 미쳐온 영향력에 대해서도 걱정했다. 젊은 판사들에게 정치적 신념을 재판에 반영,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의식을 심어준 게 아니냐는 것이다. 최근 단독판사들의 판결이 논란을 부르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장광근 총장은 “튀는 판결을 내는 판사만이 정신적 우월성을 갖는 분위기가 법조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잇따른 판결로) 걸핏하면 촛불이 정국을 뒤덮게 생겼고 국회에서 공중부양술과 격파시범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게 생겼다”며 “파행적 가치관과 행태가 사회에 공개적으로 착근할 수 있는 면허장을 법원이 발부하는 게 아닌가”라고 따졌다.

이런 것들이 결국 사법부에 대한 신뢰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여당 측 판단이다. 판사 출신인 나경원 의원은 “우리 국민이 마지막으로 기대야 될 곳이 사법부고 결국 신뢰해야 할 곳이 사법부인데 이런 게 담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권이 앞다퉈 우리법연구회의 해체를 주장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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