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연금법 개정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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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가 9일 입법예고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은 바닥난 연금재정을 안정시키려는 것이지만 애초에 잘못 설계된 연금구조를 이 기회에 근본적으로 뜯어 고치자는 의도가 더욱 강하다.

1960년에 도입된 공무원연금은 지난 97년 기금규모가 6조2천억원이었던 것이 올 연말에는 1조2천억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그나마 연금제도가 수술되지 않으면 내년 1조6천억원, 2005년에는 총 10조원 가량의 적자가 예상된다.

여기에는 정부와 공무원의 비용부담률이 제도 시행 초기부터 장기간 낮게 책정돼온 구조적 문제가 가장 크다. 뒷감당을 생각하지 않고 정치적 선심으로 '저부담 고지급' 형태로 설계된 탓이다.

비용부담률이 인상돼 왔지만 이는 적정하게 연금을 운용하는 데는 턱없이 낮았다. 그동안 연금 수혜자들은 후배들의 부담을 담보로 큰 혜택을 누려온 것이다.

평균수명도 60년 52세에서 99년에는 74.5세로 연장되면서 연금 수혜자도 80년 1천8백명에서 90년 2만5천4백명으로, 올 6월에는 14만2백명으로 급속히 늘었다.

부담액에 비해 지급액 수준이 엄청나게 높아지면서 연금재정의 고갈은 예정돼 있었던 셈이다.

비슷한 문제에 처해 있는 군인연금.사학연금.국민연금.의료보험 등 사회보험의 개혁에 공무원연금의 수술은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모두 다 '저부담 고지급' 구조여서 '적정 부담, 적정 지급' 형태로의 쇄신이 요구되고 있다. 공무원연금 수술에 나선 정부의 안은 앞으로 '재정 고갈' 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도록 짜여 있다. 논란 소지는 있으나 부족하면 정부 예산으로 메운다는 것이다.

정부는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정부와 공무원이 추가 부담하고도 모자라 재정에서 메워야 할 금액이 월 급여의 5% 내외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당장 내년도 보전금은 8천6백12억원이 소요된다. 이를 통해 올 연말에 남게 될 1조2천억원은 그대로 축적, 운용할 수 있게 된다.

연금법 개정으로 내년부터 공무원들이 직면할 현상은 20년 이상 근무했더라도 50세가 넘지 않으면 퇴직 즉시 연금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근로능력이 있는 40~50대에 연금을 지급하는 것은 노후생활 보장이란 연금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아 개선한다는 게 행자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연금액 산정기준을 퇴직 전 최종 3년간의 평균 보수월액으로 바꿔 연간 4백20억원 정도의 연금 수지를 개선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따라서 연금 산정공식인 '최종 3년 평균 보수월액×(10%+재직연수×2%)' 을 33년 근무하고 6급27호봉으로 퇴직하는 공무원의 경우에 대입하면 현행보다 1% 정도인 월 1만4천9백80원 가량이 줄어들게 된다.

박종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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