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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란의 문화예술로 떠나는 여행 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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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생각
연극 <광수생각>

‘광수생각’스러운 연극 ‘광수생각’

2006년 11월에 초연해 어느덧 장기공연의 대열에 올라선 연극 <광수생각>은 온·오프라인의 원작만화로 더욱 유명한 작품이다. 일상의 단상에 관한 짧은 이야기 속에서 함축적인 생각들을 담아내 독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던 짧은 카툰이 120분의 연극으로 새로 태어났다. 인기 높은 만화를 무대에 올리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여러 개의 짧은 이야기들이 하나의 공연으로 표현되는 것 역시 부담스러운 부분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 작품이 꾸준히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작품은 원작에 충실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주인공 ‘광수’ 캐릭터를 중심으로 가족관계를 설정하고 각각의 에피소드를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했다. 그래서 원작에서 느꼈던 감성과 메시지를 연극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오히려 눈 앞에서 살아 숨쉬는 배우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원작 이상의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도와준다는 의견도 많다.

힘들지만 따뜻한 사랑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는 이야기

긍정적이고 활달하지만 겁 많고 소심한 광수는 28살의 무명 만화가다. 광수는 초등학교 동창이자 첫사랑인 지현을 10년 동안 짝사랑하지만 한번도 고백하지 못했다. 지현도 그 마음을 모르고 광수를 편안한 친구로만 대한다. 한편 광수의 부모님은 삶에 지쳐서로 다투는 일이 잦아진다. 가슴 깊은 곳에서는 서로를 위하고 사랑하지만 표현방식이 서툰 그들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가족들에게 점점 소외감을 느끼던 아버지는 유일하게 자신을 반겨주던 강아지의 치료비로 거금 300만원을 쓰게 된다. 생활비를 보태려 남 몰래 가사 도우미를 하던 엄마는 이 사실을 알고 아버지에게 화를 낸다. 오해의 골은 점점 깊어져만 간다. 지현은 10년 동안 화이트데이 때 마다 자신에게 사탕을 몰래 전해준 사람을 광수의 친구인 민혁이라 생각한다. 지현이 민혁과 사귀게 되자 광수는 동생 현수의 도움을 받아 지현과 민혁을 이별하게 만들 계획을 세운다. 계획은 지현을 더 힘들게 만들고 결국 지현은 광수와 절교를 선언한다. 광수는 그 후 오랫동안 지현과 연락이 닿지 않고 힘든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는 건강상태가 악화돼 간이식을 받아야만 살 수 있다는 진단을 받는다. 광수는 아버지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간을 아버지에게 이식하기로 한다. 병원을 찾은 광수는 아버지에게 자신의 첫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광수는 기적 같이 지현과 재회하게 되는데...

지극히 평범한 광수네 가족

지극히 평범한 광수네 가족은 서로를 사랑하지만 때로는 화를 내기도 한다. 이는 우리 가족의 모습과 마찬가지다.

연극<광수생각>은 우리와 같은 갈등을 겪으며 그 안에서 사랑하며 살아가는 가족의 모습이다. 광수의 생각은 그저 광수생각일 뿐 일수도 있다. 하지만 광수생각은 우리의 생각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누구의 생각이든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는 것에는 틀림이 없다는 것이다.

<문화기획 집단 문화 아이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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