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김연균 '나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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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사람은 누구나 가슴에 나무를 심지만

사랑에 눈뜬 사람은 더욱 흔들리는 나무를 심어,

한갓진 개울에 가거나

억새풀 우거진 오솔길 또는

어둠들이 쌓이는 산이나 바다

어디에 가든

그곳은 사랑의 마음을 아는 듯

어제의 생각을 눕히고

흔들린다, 바람이 불지 않아도

허공에 떠있는 구름처럼 흔들린다

그렇다.

사랑에 눈뜬 사람은

가슴에 한 그루의 나무를 심어도

바람을 일으킨다

산천이 흔들린다

- 김연균(58) '나무'

어찌하면 나도 사랑에 눈을 뜰거나. 사랑에 눈을 떠서 흔들리는 나무를 가슴에 심어 바람을 일으킬거나. 나무를 산에 들에 심는 줄만 알았더니 누구나 가슴에 심는 다는 말, 처음 들어도 그 뜻 어렴풋이 알겠네만, 나무 심는 법도, 사랑에 눈 뜨는 법도 덩달아 배울 수 있었으면.

이제 개울가나 산 모롱이에서 흔들리는 나무를 보면 나는 그대가 가슴에 심은 나무인줄 알겠네.

이근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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