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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일만에 '상생정국' 여야 U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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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대중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70여일만에 정국정상화의 결단을 내렸다. 더 이상 파행은 곤란하다는 두 사람의 인식이 5일 여야 총무회담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두 사람은 9일 영수회담을 갖고 남북.경제.의약분업 문제 등과 함께 정국현안에 대해 논의한다.

여야 관계자들은 "金대통령과 李총재가 만나 그동안 쌓였던 현안들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모습만으로도 여야간의 화해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영수회담이 지난 7월 하순부터 파행상태였던 국회를 정상화로 되돌리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영수회담 뒤 여야는 그동안의 비판여론을 의식, 예산안을 비롯한 각종 민생안건과 개혁관련 법안 심의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이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여야가 정쟁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정국도 일정기간 순항할 수 있을 것 같다.

여야가 막판까지 논란을 벌인 국회법 개정안 문제는 金대통령과 李총재의 고민거리이기도 했다. 金대통령으로선 2여 공조를 유지하기 위해 자민련의 교섭단체 요구를 외면할 수 없었고, 李총재로선 자민련의 교섭단체화→2여 공조 공식복원으로 이어지는 수순을 견디기 어려웠다고 한다.

어느쪽도 양보가 어려운 상태에서 여야는 '회기내 처리' 가 아닌 '심의' 라는 표현으로 국회법 개정문제를 우회했다. 양쪽 다 정국파행을 계속 끌고갈 경우 안게 될 부담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기국회가 두달여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됐다. 이미 1백일간의 정기국회 회기 중 40일을 까먹은 상태다.

그러나 아직도 암초는 곳곳에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金대통령은 자민련과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의 반발을 무마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현재 상태로는 DJP회동도, 각종 현안표결에서 자민련의 협조도 기대하기 어려울 만큼 자민련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더구나 한나라당은 정기국회에서 정부의 실정을 강도높게 추궁한다는 방침이다. 이 대목은 이회창 총재가 국회 복귀를 결심한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여야가 '상생(相生)' 이 아닌 '원내 격돌' 을 계속할 경우 정국은 언제든 대치와 파행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두사람은 그동안 다섯차례의 영수회담의 뒤끝이 썩 좋지는 않았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선거비용 실사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감사와 한빛은행 대출사건 국정조사 등으로 정국이 요동칠 경우 1백1조원에 이르는 내년 예산안을 비롯한 각종 안건들이 효율적으로 심의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의원들도 적지 않다.

정치권 일각에선 정기국회(1백일간) 회기를 끝낸 다음 12월 중 임시국회의 소집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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