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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북한 장사정포는 중대한 위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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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북한은 1980년대 후반부터 자체 생산한 장사정포를 배치하기 시작했는데 특히 99년과 2000년에 휴전선을 연해서 배치를 가속화하고 사격훈련을 집중적으로 실시했다. 북한 장사정포는 수도권에 대한 위협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조기경보를 불가능하게 만들며 전쟁억지력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전방부대와 수도권을 위협하는 북한 장사정포는170mm 곡산포와 240mm M-1991 방사포로서 1000여 문으로 추정된다. 곡산포의 사정은 53km이나 로켓보조탄(RAP)을 사용하게 되면 70km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방사포의 사정은 43km다. 그러므로 곡산포는 수원 북단을 잇는 수도권을 사격할 수 있고 방사포는 서울 강북지역까지 사격할 수 있다. 지난 5일 합참의장이 밝힌 수도권 공격가능 장사정포 300문은 현 동굴진지에서 사격할 수 있는 것만을 말한 것이다. 만일 북한이 개전 전 동부지역 또는 후방지역의 포를 이동시킨다면, 수도권 공격가능 포는 훨씬 늘어날 수 있다.

서울 등 밀집지역은 도시가스관.LPG 통.자동차.주유소 등으로 인해 포격을 받으면 대규모 화재가 발생할 것이다. 그러므로 포격에 의한 인명 및 시설 피해는 포탄에 의한 직접피해보다 화재 등에 의한 간접피해가 훨씬 클 것이다. 더욱이 북한이 예비군 동원을 저지하기 위해 고폭탄과 함께 화학탄을 사용할 것이기 때문에 수도권의 인명피해는 엄청날 것이다. 그런데 수도권의 피해를 더욱 증폭시키는 것은 조기경보가 어려워 사전 대피가 불가능하다는 점에 있다.

동굴진지 내에 배치된 장사정포의 발사준비 징후를 조기경보가 가능할 만큼 사전에 포착하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기습을 달성하기 위해 장사정포의 포격부터 시작하고 그 후에 전투부대를 기동시킨다면 조기경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북한은 장사정포로 전방부대에 기습적 화학공격을 가함과 동시에 스커드 미사일 등으로 우리의 공군기지 등에 기습적 화학공격을 한다면 전쟁을 조기에 종결할 수 있다고 믿고 있음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므로 북한이 비무장지대를 연한 동굴진지에 장사정포를 집중배치한 것도 바로 우리의 조기경보 능력을 박탈하기 위한 것이다.

북한이 화학탄을 보유하고 있음은 잘 알려져 있고 이를 기습적으로 사용해 조기에 한반도를 석권하겠다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기습적 화학공격은 방어부대의 전투력을 급격히 저하시키므로 조직적인 방어를 어렵게 만드는데 이에 대한 방호문제는 한.미연합군에게도 큰 도전이 되고 있다. 그런데 화학탄 발사수단으로서 가장 적합한 것이 방사포와 곡산포이고 그 때문에 90년대 말 이후 장사정포를 대량 생산해 휴전선에 배치한 것이다.

휴전선에 연해 배치한 장사정포로 북한이 노리는 것은 우리의 전쟁 조기경보 능력 박탈, 기습공격 달성, 한.미연합군 전방 주력부대 약화, 수도권 파괴에 의한 예비군 동원 저지, 전쟁 지원능력 파괴 등 한.미연합군의 전쟁수행 능력을 박탈하려는 것이다. 물론 한.미연합군도 북한의 기도를 저지하기 위해 정밀지하침투탄(JDAM) 같은 신무기를 개발하는 등 방어노력을 계속하고 있으나, 장사정포의 기습공격을 저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만일 한.미연합군의 대응능력에 조금이라도 차질이 발생한다면 북한은 장사정포가 주는 이점을 극대 활용함으로써 단기간 내에 한반도 석권을 기도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므로 북한의 장사정포는 단순히 수도권에 대한 위협에 그치지 않고 한반도 전쟁억지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이다.

오관치 포스코 경영연구소장.전 국방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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