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놉티콘.
18세기 영국의
계몽 철학자 벤덤이
제안했던 원형 감옥.
어두운 감시자의 탑과
이를 둘러싼
환한 죄수의 방.
감시의 눈은
보이지 않지만
지켜보고 있다는
공포와 불안은
죄수가 스스로를
통제하게 만든다.
그 감시의 눈이
원형 감옥을 나와
이번엔 홍등가로 들어섰다.
성(性)파라치.
성매매의 불법 현장을
카메라에 담을
이 시대의 새로운 감시자.
유명인을 파리떼처럼 쫓으며
공개하기 싫은 장면을 찍는
파파라치에서 비롯한 이름.
자동차 교통위반을 촬영해
신고하는 차파라치,
쓰레기 불법투기 현장을
사진 찍어 고발하는 쓰파라치
등등에 이은
파파라치 시리즈의 새 버전.
보상금을 노리는
성파라치의 감시 카메라는
성매매 알선자와 구매자의
발목을 붙잡는다.
매서운 감시의 눈초리가
불법 성매매를 끝장낼까?
하지만
감시가 일상화된다는 건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그런 세계에서
정의를 추구할 수 있을까.
혹시 감시의 그물로
독재정권을 유지했던
그 오랜 감시의 추억이
아직도 우리를
옥죄고 있지는 않는지.
*경찰은 11일부터 성매매 알선을 신고했을 때 신고자에게 최고 200만원의 보상금을 주기로 했다. 일단 악덕업주만 신고대상이라지만 여성단체 등은 구매자도 신고대상에 넣으라고 주장, 사생활 침해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김종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