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 성파라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파놉티콘.
18세기 영국의
계몽 철학자 벤덤이
제안했던 원형 감옥.
어두운 감시자의 탑과
이를 둘러싼
환한 죄수의 방.

감시의 눈은
보이지 않지만
지켜보고 있다는
공포와 불안은
죄수가 스스로를
통제하게 만든다.

그 감시의 눈이
원형 감옥을 나와
이번엔 홍등가로 들어섰다.
성(性)파라치.
성매매의 불법 현장을
카메라에 담을
이 시대의 새로운 감시자.

유명인을 파리떼처럼 쫓으며
공개하기 싫은 장면을 찍는
파파라치에서 비롯한 이름.
자동차 교통위반을 촬영해
신고하는 차파라치,
쓰레기 불법투기 현장을
사진 찍어 고발하는 쓰파라치
등등에 이은
파파라치 시리즈의 새 버전.

보상금을 노리는
성파라치의 감시 카메라는
성매매 알선자와 구매자의
발목을 붙잡는다.
매서운 감시의 눈초리가
불법 성매매를 끝장낼까?

하지만
감시가 일상화된다는 건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그런 세계에서
정의를 추구할 수 있을까.

혹시 감시의 그물로
독재정권을 유지했던
그 오랜 감시의 추억이
아직도 우리를
옥죄고 있지는 않는지.

*경찰은 11일부터 성매매 알선을 신고했을 때 신고자에게 최고 200만원의 보상금을 주기로 했다. 일단 악덕업주만 신고대상이라지만 여성단체 등은 구매자도 신고대상에 넣으라고 주장, 사생활 침해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김종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