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펀드(ETF) 거래 실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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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선진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가 국내에선 찬밥 신세다.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일부 종목은 상장이 폐지될 위기에 몰렸다. ETF(Exchange Traded Fund)는 KOSPI200과 같은 특정 지수와 똑같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된 인덱스펀드의 일종으로 증시에 상장돼 일반 종목처럼 거래된다. 현재 KOSPI200의 수익률을 따라가는 코덱스200(KODEX200)과 코세프(KOSEF), 배당지수를 따라가는 코덱스 배당, 코스닥 50종목을 따라가는 코덱스Q 등 4종목이 있다.

6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대표적인 ETF인 코덱스200의 경우 지난해 11월 4000만주를 넘었던 월간 거래량이 올 9월에는 1500만주대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코세프 역시 915만주에서 21만주로 쪼그라들었다.

코덱스 배당의 경우 올들어 9월까지 두달을 제외하곤 거래량이 10만주도 안됐다. 올들어 9월까지 월평균 거래량은 3만4700주에 불과하다. 거래소에서 1년간 월 평균 거래량이 10만주 미만이면 상장이 폐지된다. 이미 올초에 거래량 부족으로 KOSPI 50지수와 연동된 코덱스50과 코세프50 등 2개 종목이 상장폐지됐다.

증권거래소 서종남 상장제도팀장은 "투자자 입장에선 펀드에 붙는 운용보수가 없고 매매도 간편하지만, 증권사들이 수수료 수입 때문에 ETF보다는 일반 펀드를 고객들에게 중점 권유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연기금 등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ETF 투자를 외면하는 것도 문제다. 서 팀장은 "펀드매니저들은 운용 실적을 시장 수익률과 비교해 평가받기 때문에, 시장과 똑같이 움직이는 ETF는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개인투자자들은 매월 ETF를 일정액씩 꾸준히 사들이면 적립식 펀드에 투자할 때보다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적립식 펀드의 연간 운용보수는 투자잔액의 2.5%에 달한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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