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별 '노텔 네트웍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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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노텔 네트웍스가 뭐하는 회사야?"

월스트리트 저널이 지난주 발표한 '시가총액 기준 세계 1백대 상장기업' 리스트를 훑어보던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같은 궁금증을 가졌을 것이다.

이 캐나다 기업은 보다폰(영국).NTT도코모(일본)와 함께 비(非)미국 기업으로 랭킹 10위 안에 드는 기염을 토했다.

보다폰과 NTT도코모에 비해 지명도는 한참 뒤떨어지지만 지난해 73위에서 올해는 10위로 껑충 뛰어올라 막강한 경쟁사 루슨트 테크놀로지(27위)를 가볍게 제쳤다.

노텔 네트웍스는 통신 네트워크 장비업체다. 2년여 전만 하더라도 고작해야 화재 경보기나 사다리 등을 만들던 이 회사는 눈부신 성장을 거듭, 지금은 광통신 분야의 선두주자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매출이 2백60억달러에 달하며 주가도 전년 대비 3배로 뛰었다.

1997년 존 로스(57)가 최고경영자(CEO)에 오르면서부터 새로운 신화가 시작됐다.

69년 엔지니어로 노텔에 입사한 로스는 인터넷이 보편화하면 구리선보다 광통신이 각광받을 것이라고 예견하고 CEO직을 맡자마자 노텔의 낡은 이미지를 벗는 데 주력했다.

전 직원에게 "인터넷은 곧 전화처럼 널리 사용될 것" 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고 회사 이름도 노던 텔레콤에서 노텔로 바꿨다.

26개 공장 가운데 곧 사양길에 접어들 것으로 판단한 19개를 매각하고, 관련분야의 기술 집적을 위해 98년 데이터 네트워킹 분야의 신생업체 베이 네트웍스를 91억달러에 매입하는 등 2백10억달러를 들여 15개 기업을 합병했다.

96년 AT&T에서 분리된 루슨트가 대형 전화사들의 낡은 통신망 개.보수에 주력할 무렵 일찌감치 인터넷 특수를 예상하고 한발 앞서 치고 나간 것이다.

그 결과 현재 전세계 광통신 장비 시장의 43%를 장악하고 있다. 무선통신 분야에서도 노키아.에릭슨을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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